올해 여름은 너무 덥다. 더워도 적당히 더워야지 이건 뭐.. 

 

그래서 그런지 자꾸 체력적으로 깔아지는 요즘이다.

 

다행이도,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서 각종 지원사업 신청서를 쓰느라 파묻혀있다.

 

休 전시회 때부터 수기를 쭉 써왔던게 참 다행이었다.

 

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쓸 때면 항상 있던 문항이

 

"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쓰시오."다.

 

그때마다 처음 썼던 수기부터 다시 읽곤 하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굉장히 서툴고 자신감만 가득차서 진행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또 그게 그런대로 매력있기도 하고

 

그런 맛에 여기까지 온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mlm프로젝트는 거친 맛이 있다. 

 


저번 방구석 예술가 챌린지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었기에

 

새로운 sns 이벤트를 여름쯤에 계획하고 있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sns 이벤트의 묘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고

 

파급력이 그만큼 좋은 행사기도 하다.

 

 

 이름을 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사랑하는 대상은 사람마다 너무 다양하다.

 

반려동물이나 가족, 친구, 연인, 사물 등 뭐든 사진으로 담아서 스토리에 올리면 되는 형식이다.

 

"많은 걸 담아보자" 라는 의미에서 담多사랑으로 정했다.

 

이런 이름을 정할 때면 온 팀원들이 모여서 상의하곤 한다.

 

별 이름들이 다 나오는데 ㅋㅋ

 

이번엔 정아가 한 건 했다.

 

점점 우리 팀원들이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느껴진다.

 

많이 커져서 정규직으로 고용해주고 싶다. 그게 내 소원이다 소원.

 


수기를 재밌어해주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는 일기처럼 쓰고 싶어서 퇴고 하지 않고 한번에 작성하는 편인데,

 

보기 쉽고 내용이 별 거 없어서 그런지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수기를 쭉 작성할 예정이다. 

 

굿즈 기획부터 영상 컨텐츠 기획, 뭐 지원사업 진행 사항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종 작품을 받기까지 약 4일 정도 남았다.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자 일거리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신호탄이기도 한데,

 

그래도 내가 이 일을 하겠다고 선택한 이상 

 

즐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작가들 입장에선 본인 피와 살 같은 작품들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넘기는데

 

얼마나 걱정되겠는가!

 

내가 만약 작가였으면, 토끼눈을 하고 뭐하는 놈들인지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최대한 꼼꼼히 진행하려고 한다.


愛 전시회 작가님들 대부분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기획하는 입장에서 작가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덩달아 힘이 나는데,

 

이번 전시회가 그렇다.

 

티저 홍보도 그렇고, 이벤트 참여도 마찬가지고,

 

전시 전에 우리 팀과 이피스를 보고 싶다고 먼저 찾아오시는 작가님들도 많았다.

 

그런 미팅 자리는 사실 열일 제치고 나가는 편이다.

 

저 멀리 경기도에서 오신 작가님부터 인천에서 오신 작가님까지 

 

이피스를 먼저 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팀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작가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영감도 받고,

 

득이 되면 됐지, 절대 실이 되는 미팅은 아니다.

 

그래서 작가님들 미팅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재잘재잘 이야기하게 되는데,

 

사실 그건 처음 만나서 어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이것저것 말을 거는게 작가님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편안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다.

 

그래서 내가 아마 투머치토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도 말을 많이하다보니 퇴근길 차안에서 입이 아플 정도니까.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ㅎㅎ


앞으로 mlm프로젝트가 진행할 여러 전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살짝 스포해보자면

 

 

내가 일했던 한옥 카페 "온더기와" 에서 11월에 한국화 전시를 할 예정이다.

 

주제는 한국 전통 설화가 될 것이고,

 

전통 설화를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해석한 기획전이 될 것이다.

 

기존 설화 스토리 뿐 아니라 작가 본인이 창의적으로 내용을 바꾸어도 가능하니,

 

지금까지 mlm프로젝트와 함께했던 작가님들처럼 창의적이고 열정 넘치는 작가님들이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워낙 한옥, 한국화 이런 전통 문화를 좋아하다보니 

 

저 전시회 기획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온다.

 


우리 팀은 알다시피 작품 라이센스를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 판매한다.

 

부수적인 수입원인데, 지금 현재는 休 전시회 때 작품을 활용해 만든 그립톡이 판매중이다.

 

모델 마다 판매량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난다.

 

 

https://smartstore.naver.com/mlm_project/products/5629837884

 

청년작가 예술작품 그립톡 4종 (mlm프로젝트/휴 전시회) : mlm프로젝트

[mlm프로젝트] 예술가의 첫 발자국, mlm프로젝트로 시작하세요.

smartstore.naver.com

 

사실 상품판매량 차이는 그 작품에 대한 예술성의 문제라기 보단

 

상품 기획의 문제로 봐야한다.

 

전시회에서 작품 자체로 볼 때, 아무리 예술성이 좋고 작품으로서 가치가 높아도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판매력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이 어떤 상품과 만났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어떤 작품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판매력이 좋은지를 판단해야하는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상품기획팀은 그런 것을 중점적으로 보고, 기획하고 일한다.

 

처음하는 일이었기에,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절찬 판매중이다. 

(많이 사주세요. 여러분♥)

 

이번 愛 전시회 굿즈를 만들 샘플이 오늘 도착했는데

 

너무 퀄리티가 마음에 들어 기대중이다.

 

1차 물량은 소량으로 준비하되, 작품 모델을 여러개를 만들 계획이다.

 

이번 굿즈도 잘 됐으면 좋겠다. 


https://reviewgo.tistory.com/54

 

2-4 BM?

Business Model :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 지원사업을 따낼 때나 창업에 관한 지원을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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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지 작가님

앙상한 푸른 나뭇가지들이 해를 살며시 가리며 그 앞으로는 한 여인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과 상반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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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이연지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개망초같은 사람.

너무나도 흔해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보다보면 내가 정을 주었던 그 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에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그런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꽃말 역시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라는 말이 좋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입니다.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견했고, 자세히 알아보니 좋은 취지를 가지고 활동하시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술이라는 단어 하나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전시회를 열 수 있다는 말이 꿈과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며 전시회를 열고 싶었던 것이 제 작은 꿈의 시작점이었기에 지금도 mlm 프로젝트와 담당자님들께 진심을 다 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3.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내향적인 성격 탓에 상처도 잘 받았고,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보다는 그림이 더 편했고, 그림에 제 감정을 담아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림은 제 자신을 알아가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그림을 그릴 때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ns에 그림을 업로드 하기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지금까지 약 5년째 작업 중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에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4. 작가님 작품을 보면 사람의 얼굴이 도드라지게 보이는데 사람의 얼굴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건가요? 본인의 예술적 자아를 나타내는 건가요?

 

사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그리다보면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얼굴이 그려지고 표정이 없는 그림이 나오게 됩니다.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그려지는 거라 그림들이 전체적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표정이 없고, 어떻게 보면 우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아마 제 자신을 표현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대부분 올라오는 그림들은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토대로 작업되는 그림들이기 때문에 날 바라봐주었으면, 사랑해주었으면,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들이 그림에 담겨서, 완성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화상을 많이 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5. 작가님은 휴(休)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처음에 라는 주제를 보고 무슨 말인지 검색해보았는데 휴식의 가 가장 큰 의미이고, 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휴의 한자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그릴 때 에도 사람과 나무에 중점을 두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해와 달, 낮과 밤 이러한 단어들을 선정하여서 최대한 자연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6. 앞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예술적 지향점이 있을까요?

 

꾸준히 그림을 올리는 것과, 다양한 그림을 표현하는 것을 시도해보기. 그리고 언제나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후에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고 싶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공감과 행복을 느낄 때까지 평생을 그리며 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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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은 작가님

숨이 필요해 찾았던 숲이었다. 이날은 잎들도 잎들이지만, 투명하게 물들은 하늘이 참 맑았다. 길게 뻗고 선 나무들 위로 내리는 햇빛에 위안을 얻으며 걷다가 , 위를 바라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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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이지은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하고 싶은 것이 차고 넘치는 사람으로 사진을 좋아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었지만 그래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제 사진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있던 시기와 우연히 맞았던 것도 있습니다. 

3.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삶을 살아야지 다짐하고 시작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그저 예술을 가까이 두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며 사는 것이 
결국 가라 앉게 되는 나를 떠받쳐 올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점점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서, 놓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작가님한테 있어 예술의 의미란? 

 

의미라면 때에 따라 바뀌겠지만 지금은 기록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증표와 같은..
순간을 죽여서 영원히 살게 하는 모순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에 매력을 느낍니다. 

5. 자연을 주로 작품에 담는 것 같은데, 따로 의미가 있는지?

 

무언가에 지쳐 돌아갈 때면 
항상 본인 나름대로 기다리고 있는 듯이 있었던 것이 자연이라. 
알맞은 중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휴식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런 장면이 떠올라지는 것 같습니다. 

6. 앞으로 담고 싶은 피사체가 있다면?

 

이전까지는 주로 시각적으로 매료되는 풍경적인 장면들을 수집해온 것 같습니다. 
저의 사진들이 모든 것이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만, 요즘은 가리지 않고 
찍고 싶은 것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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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연 작가님

<박소연> 우리는 저마다의 휴식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과 같이 쉬고 싶은 방향 또한 다양하고 새롭다.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방구석에 박힌 사람,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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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박소연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 저 당시에 제가 많이 슬럼프를 겪는 시기에 공고를 찾게 되었어요. 미래에 대해서도, 진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도 많이 이고선 이리저리 캠퍼스픽이나 인스타 전시 등을 구경하고 찾는중에 우연히 라는 주제로 전시를 시작하는 새 프로젝트 팀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에서도 걱정 반으로 믿을 만 한 곳인지 또, 저조차도 의심 반으로 신청했었지만 당선 되고 진행을 점차 시키는 중에 정말 믿을 만 하고 열심히 참여를 하면서 기획과 실행을 하신걸 느꼈어요.

 

제가 에 대해서 잘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청하기도 했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글로 미리 설명해서 설득력 있게 써 내려 갈 수 있는 지원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얼굴을 맞대고 설명하는 것 보다 글로 작성하는게 더 제 생각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걸 알아서 자신있게 지원 했던 것 같습니다.

 

3.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예술 자체에서는 가장 처음 시작한 건 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나 발레학원부터 시작했어요. 자세 교정이나 학원을 다니면서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제가 관심 있어 한 것은 초등학교 방과후 동아리에 거문고와 가야금부가 있어서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했던 계기가 있습니다. 점차 자연스레 전공에도 발을 들여 가야금 전공도 하고 현재는 한국음악작곡을 전공하고 있고요.

저는 우선, 소리에 이끌려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항상 복도를 지나다니면 하프 같은 선율이 들려서 제 귀를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동아리에 가입 시켜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도 있네요 ㅎㅎ..

또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저 어릴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는데, 교내 사생대회에서 항상 그림을 그렸던 터라 좋아하면서 음악제 포스터 그리기 등 여러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해외에 잠깐 나가서 살면서 본격적이게 예체능 수업을 선택해서 들었는데, 회화 수업과 사진 등을 들으며 캔버스에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현재는 한국에 와서 지속적으로 교내 미술대회에 참가하다가 대학에 입학 후, 부전공으로 조형예술과를 듣는 계기도 된 것 같아요.

 

4. 이번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우선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코로나 시대에 를 생각하면서 그려봤어요. 우리가 놀러가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제한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여행과 마음의 휴식을 주제로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불멍][누에고치의 부화], [사족보행 항동새 타기] 이렇게 세 작품으로 내 안의 상상력을 표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걸 희망했어요. 그리고, [오로라 속의 낚시터]로 못 가는 여행을 가면서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오로라를 바라보는 풍경을 그려 냈습니다.

저의 상상력과 바램을 담은 그림이지만, 모두들 답답한 시국에서 여행을 바라보고 휴식을 원하는 건 공통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관람하는 분들도 공감을 하고 그림이 마음에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희망과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건지 등을 반대로 바라보는 <거울>같은 영향력을 주길 바라며 그렸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목표 없이 달려 왔다면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원하는 것을 정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5. 이번 작품 중 누에고치의 부화에 대한 설명을 보니 현실 불가능한 것을 현실화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이 말이 곧 작가님 본인의 예술적 자아를 나타내는 느낌인가요?

- , 저는 예술을 전공하기 전까지는 정말 현실적이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현실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떠올리며 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예술을 하면서 상상을 하며 좀 더 추상적이게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현실적인건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기도 하고, 저는 판타지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동화 속에 온 기분 등을 전달하고 싶기도 합니다.

 

6. 작가님이 앞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지향점이라는게 있을까요?

- 아직은 제가 원하는 색채가 어느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지는 못했어요. 제 작품을 보면 아시겠지만 뚜렷하게 색감이 진한 것도 있고, [누에고치][항동새]처럼 조금은 흐릿 한 스타일도 있습니다.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이것저것 하는걸 좋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림을 봤을 때 이 작가는 누구다, 하고 맞출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싶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 작품을 보면 너 답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는 나를 표현하고 있긴 한거 같지만 그래도 저는 더 생각과 표현을 담아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 아쉽게도 이번 전시를 직접 가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추후에 또 기회가 된다면 전시를 해서 꼭 방명록도 함께 남기고 싶네요. MLM PROJECT 1기 전시 수고 많으셨고,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응원 많이 할게요! 감사합니다.

 

 

 

드디어 사무실이 생겼다.

나랑 건우 둘이 일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팀원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장소 찾는 것이 꽤 힘들었다.

어디 공유 오피스나 스터디룸을 빌리면 회사돈이 우수수 빠져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무실을 지원해주는 곳이 어디 없을까 하며 기웃거리던 찰나에

기가막히게 눈에 들어온 공고가 있었다.


 

바로 이 공고였다.

대전 서구에 살고 있기도 했거니와, 서구청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라서 임대료가 매우 쌌다.

고민할 여지 없이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지원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있었는데,

 

첫번째 휴 전시회를 진행할 때, 첫 양식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모든 것들을 기록해놨었다.

 

회의록, 그때 나의 계획들, 예산안 등등

 

그 목적으로 수기도 작성했던 것 같다.

 

그런 기록들이 있었기에 비교적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게 수월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나중에 우리가 많이 커지고 성장했을 때, 초심을 잃어버리고 포류한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수기들을 읽으며, 다시 초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는 문서작업의 귀재, 나리가 있다.

 

사업 계획서 안에 들어갈 내용을 나와 건우가 완성해서 나리에게 넘겨주면

 

나리가 예쁘게 편집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사업계획서 자체의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있는데, 틀에 넣으려고만 하면 자꾸 편집이 이상해진다..

 

나 아래한글 자격증도 있는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물론 내가 너무 어렸을 때 딴 탓도 있겠지만 ㅎㅎ


그렇게 지원을 완료했고, 초초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우리 팀원들한테는 겉으로 씩씩한 척을 했지만, 사실 굉장히 간절하고 긴장되는 나날이었다.

 

mlm프로젝트의 시작은 정말 애들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나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동정표를 얻어 무언가를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들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얻어가려 할 것이고,

 

우리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또 의미 있는 일들을 해왔는지를 알아보려 할 것이다.

 

외부에 우리 활동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평가받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대표로서 조금 더 떨리고 긴장됐다.


면접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건방진 생각이지만, 면접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긴장됐다기 보다는, 서류만으로도 우리가 해온 활동들과 사업들이 어느정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면접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랑 활동계획서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는 정도였다.

 

그 곳에 쓰여있는 우리 전 활동들과 미래의 계획들은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툭 쳐도 술술술 나올만큼 익숙하고 자신있었다.

 

우리가 정말 하나하나 다 계획하고 진행한 일이었기에 가능한 마음가짐이었다.


 

청춘스럽은 대전일보사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전일보사 건물이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다.

 

면접 시간보다 한 15분 먼저 들어갔나 아마 그럴 것이다.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면접을 보았다.

 

당일은 떨리는 게 국룰이라서, 아침에 운전하고 가는데 이클립스 한 통을 거의 다 먹었다..


센터장님이 이미 우리를 알고 계셨고,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하고 있다고 말해주시며 면접이 시작됐다.

 

어느정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사업계획서에 쓰여있는 내용 말고도, 알고 계신 것 같아서

 

별 다른 질문도 해주시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단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침이 마를때까지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쉬웠다..ㅎㅎ

 

솔직히 말하자면, 면접이라고 하기 민망할만큼 칭찬도 많이해주시고 별다른 질문도 많이 안해주셨다.

 

그래서 결과에 대해 더 애매모호했다.

 


에이 떨어지면 학교 창업지원단에 가서 사무실 좀 달라고 징징거리면 뭐가 좀 되지 않을까

 

애써 위로하며 기다렸다.

 

사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정말 내 역량에서 좌절된 거라서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는데.

 

 

붙었따.

 

그렇게 우리는 

 

근사한 화상 회의실에서 작가님들과 회의도 하고,

 

 

시원한 사무실에도 일도 하고 있다.

 

청춘스럽 감사합니다..♥


 

구상마감일이 지나고 진행된 2차 회의.

 

우리 작가님들이 생각보다 그림을 다들 크게 그리시는 바람에

 

공간이 좀 빡빡할 것 같다.

 

사실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작품을 걸 수 있는 절대적인 갯수가 달라지긴 하지만

 

너무 옹기종기 걸어 놓으면, 그림에 쉽게 집중할 수 없으며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최대한 지양하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갯수가 있긴 하지만, 작가님들이 구상한 작품 크기와 갯수를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하다보니

 

그 것과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작가님 작품은 다 걸어드리지 못할 것 같다..

 

속상했다. 더 커지고 성공해서 다음엔 예술의 전당을 빌려버려야겠다.


 

@lart__official

 

작은 예술가들의 모임이라고 나와 건우 고등학교 동창이 대표가 되어 진행하고 있는 민간예술단체다.

 

청년예술가들과 전시를 만들어 나가는 단체로서 우리와 결이 매우 비슷하다.

 

주로 서울에서 활동한다.

 

라트와 우리처럼 민간에서 예술씬이 확장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재단이나 문체부, 대학이 주도하는 거대한 전시도 좋고 근사하지만

 

전시회 자체의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가기 위해선 민간예술단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더 오랫동안 이 활동을 해왔던 단체고, 많이 보고 배웠으며 영향을 받는 점도 많다.

 

라트의 복귀를 환영하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이제 전시까지 약 한 달 좀 더 남았다.

 

지금부터가 정말 바쁠 시기인데, 날은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곧 대전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월까지는 제발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최악의 경우는 전시 날짜를 미뤄야 할 수도 있기에,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나날이다.

 

피쓰-

 

 

https://reviewgo.tistory.com/53

 

2-3 너무 덥다.

올해 여름은 너무 덥다. 더워도 적당히 더워야지 이건 뭐.. 그래서 그런지 자꾸 체력적으로 깔아지는 요즘이다. 다행이도,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서 각종 지원사업 신청서를 쓰느라 파묻혀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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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전시였던 休를 마치고, 쉴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정기적인 시험의 존재와 누구나 바라보는 목표를 가지고 살았던 학생 때는 

 

굳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에게 해야할 일 들을 주었다. 마치 퀘스트처럼.

 

그러나 사회에 발을 들인 지금은 (아주 약소하게)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도태되어 버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인들이 공통되게 느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전시가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플랫폼을 좀 고도화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수기, 유튜브, 우리의 이력 등등을 하나로 일원화해서 정리해 놓고 싶었다.

 

休 전시에 참가한 작가님 들 중 포트폴리오를 본인 웹사이트로 보여주신 분이 계셨다.

 

그 분 웹사이트가 너무 참신하고 예뻐서 기억에 계속 남았는데,

 

전시가 끝나고 작가님께 직접 사이트 구축에 대해 배웠다.

 

모르면 배워야지 뭐 어쩌겠는가.

 

첫번째 포스터도 그렇고 영상 편집도 그렇고 다 그렇게 찾아가서 배웠다 우리는.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흔쾌히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승현 작가님 ㅎㅎ

 

https://www.mlm-project.com 

 

mlm프로젝트 공식홈페이지

mlm프로젝트.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무료 전시 플랫폼. 당신의 열정을 보여주세요.

www.mlm-project.com

그렇게 우리 공식 홈페이지가 탄생했다.

 

저기 들어가서 보면 그동안의 이력과 어떤 일을 하는 팀인지가 자세히 나온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야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기에 가만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일을 진행하면서 참 여러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보곤 한다.

 

우리 팀원들 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디자인이나 편의성에 대해 물어보곤 하는데,

 

세상엔 정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내 주관을 뚜렷히 잡고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면, 이리 저리 휘둘리다가 일이 끝나 버릴 수도 있다.

 

여론을 보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볼 순 있지만,

 

우리 정체성과 내 주관을 뚜렷히 잡고 행해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소한 디자인 하나부터 취향이 갈리기 마련이니까.

 


 

휴 전시회 작품들을 활용해 그립톡 굿즈를 런칭했다.

 

정말 우리 팀원들 고생 많이 했다.

 

이게 굿즈를 쉽게 생각해야할 것이 아닌게, 상품 기획 단계부터 원가계산, 

 

택배 배송, 재고 보관 장소 등등 생각해야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더군다나 성질 머리 더러운 대표자식이 자꾸 재촉하니까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ㅎ

 

굿즈를 처음 만들어 보기도 했고, 자금 조달도 휴 전시회가 끝나고 한참 뒤에나 전달되서

 

전시회 당일에는 팔지 못하고 끝나고 한두달 후에나 런칭됐다.

 

당일에 오프라인으로 팔았으면 좀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예술성과 상품성은 굉장히 다른 문제다.

 

특히나 현대미술은 사람마다 느끼는 것들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예술성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그걸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을 때 인기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이번 그립톡을 런칭하면서 플랫폼을 또 구축해놨으니, 다음 전시 굿즈는 더욱 퀄리티가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 이후에는 ARKO 간담회에 다녀왔는데, 간담회 전 간단하게 우리가 제안한 의견을 사전에 전달할 수 있었다.

 

질문을 받는 위원들도 대충 내용을 알아야, 더 건실한 답변이 나올 수 있으니까 

 

허심탄회하게 청년예술가들의 현실에 대해 썼던 것 같다.

 

근데 정말 놀랍게도, 우리 팀만 그걸 썼는지 우리가 쓴 의견들이 다 저 유인물에 들어있었다.

 

처음 그것을 읽고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우리 의견이 좋았다는 반증일테니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ARKO가 정확히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어댔다.

 

돌아가면서 발언시간을 주는데,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간단한 mlm프로젝트 소개와 함께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발언이 끝나고 위원님들이 개인 컴퓨터로 mlm프로젝트를 찾아보시더니

 

간담회가 끝나고 따로 부르셔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여기서 말할 순 없다..ㅎㅎ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 추천해주시고 조언해주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날 집에가는 길은 정말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휴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건국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VR예술제를 하는데 출품해달라고 제안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출품했다.

 

청년작가들이 더욱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에 흔쾌히 수락했고,

 

작가들도 너무 좋아해서 굉장히 뿌듯했다.

 

휴 전시회가 끝나고 좋은 일 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사랑이다.

 

진부하고 평범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사랑만한 보편적인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감정이고, 그 색깔이 실로 다양할 것 같았다.

 

웹사이트와 구글폼을 연동하고, 휴 전시회 때 처럼 SNS에 홍보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콘테스트 코리아에서 어떻게 또 알고 연락을 주셨는데,

 

그 곳에도 우리 공고가 올라가고, 씽굿에도 우리 공고가 올라갔다.

 

세상 신기한 일이다. 

 

다양한 대학교 커뮤니티들에도 공고가 올라갔다.

 

이건 정말 내 친구들이 잘 도와줬다... 특별히 잘 챙겨주지도 않는데, 내 옆엔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바빠도 열심히 도와준 친구들한테는 밥이라도 꼭 한끼 대접해야겠다.

 


 

그렇게 이번에 107명의 작가님들이 지원해주셨다.

 

하나하나 포트폴리오, 지원서를 팀원 모두가 읽고선 면접대상자에 대해 회의했다.

 

선택해야하는 입장에서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포트폴리오와 지원서를 읽는 작업은 생각보다 유쾌하지만은 않다.

 

면접대상자가 안된 작가님들이 실망하실까봐 아직까지도 마음이 쓰이는데,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실력이 부족해서 선정되지 않은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mlm프로젝트의 약소한 규모탓에 모두 모시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면접 대상자는 총 31분이었고, 최종 선발 인원은 16분이었다.

 

최종 경쟁률은 다음과 같다.

 

1차(서류)  3.57 : 1

2차(면접)  1.87 : 1

 

지원해주신 모든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번 전시회를 함께 만들어 갈 16분의 작가님들과 함께 첫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1기 작가님들과 살짝 다른 점은 굉장히 활발하고 적극적이시다는 점..?

 

너무 좋은 느낌이었고, 벌써부터 인터뷰 할 생각에 설렌다.

 

이번 전시는 굿즈 제작 일정 때문에 최종 작품 제출일이 좀 빠른 편이다.

 

선발을 좀 빨리 했어야하는데, 대학교 종강일과 어느정도 맞추느라 일정이 좀 빡빡해졌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힘내주셨으면 한다 :)

 


이번 전시는 1기 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이미 발빠르게 전시 장소 섭외도 마쳤고, 대략적인 구상도 팀원들과 함께 열심히 회의 중이다.

 

mlm프로젝트의 무궁한 발전과, 청년예술가들의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피곤하고 지쳐도 초심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https://reviewgo.tistory.com/49?category=957580 

 

2-2 스텝업

드디어 사무실이 생겼다. 나랑 건우 둘이 일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팀원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장소 찾는 것이 꽤 힘들었다. 어디 공유 오피스나 스터디룸을 빌리면 회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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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계획했던 전시회가 드디어 끝났다.

 

지금까지 수기를 쓰면서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던 적이 없는데,

 

이번 편은 이상하게 그러하다.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요상하게 떨리고 두근거린다.

 

그리고 허탈했다.


크리스마스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수백번 상상했던 것들이 이제 실행되는구나하며

 

신나서 공고도 올리고 작가들의 지원서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꺼내 열어보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구글 드라이브에 들어가 

 

지원서 파일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mlm프로젝트에 푹 빠져있었다.

 

우리 손으로 0에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우리 소중한 작가님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쥐어짜가며 만들었던 회의자료

 

아이디어 회의

 

대관장소 발품팔기

 

계약사항 알아보기

 

작품들 일정관리

 

수기 작성

 

홍보 등등..

 

처음에 생각했던 귀엽고 소박한 전시회 구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손대면 손댈수록 규모는 커져만 갔다.

 

그러다보니 체력적, 정신적인 한계가 찾아왔다.

 

내가 이걸 과연 진행할 수 있을까?

(첫 기획 전시인데 작가님들이 무려 17명이였으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말할 수 없는 여러 애로사항들까지도 우리를 힘들게했다.

 

힘들었다고 알아주세요! 하며 찡얼찡얼댈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힘듦이 우리의 성장에 귀한 자양분이 됐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전시회 대관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는데,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젊은 패기 뿐이었다.

 

기록도 없고 연혁도 없고, 어린 남정네 둘이 돌아다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장님들도 얘네 뭐야..? 했을 것 같다 ..ㅎㅎ

 

손님이 몇 명 정도 오실 것 같냐는 어느 사장님의 말에

 

한 200명은 올 것 같습니다! 하며 호기롭게 대답했던 내가 생각난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건우가 자신있냐며 덜덜 떨던 것도 생각난다.

 

일단 지르고 보자라는 마인드로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안되면 코로나 핑계라도 돼야겠다라는 나쁜 생각도 했다..ㅎ


정말 정말 놀라웠던 것은 과거의 우리에게 꿈같던 200명이라는 숫자가

 

이번 전시에서 실현됐다는 점이다.

 

 

 

 

이 숫자는 우리가 이뤘다기보다는 작가님들이 이뤘다고 보아야한다.

 

갤러리지에이 귀퉁이에서 작가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르르 사람이 몰리더니 자리가 부족해 의자를 새로 꺼내오기도 했다고 들었다.

 

사람이 가득 찬 갤러리를 보니, 절로 신이 났다.

 

정말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전시회는 기획자보다 작가들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주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누가 좀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3일 동안 평생 들을까말까한 극찬들을 많이 받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우쭐하기도 하고, 이정도의 일을 내가 한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안경쓴 잘생긴 남성분이 기획자가 궁금하다고 나를 찾아왔었다.

 

이것 저것 취지도 설명하고 미래 계획들을 말씀드렸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하나하나 너무 감사하다.

 

또 다른 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미술관에서 본 전시보다 더 훌륭했다는 평을 남겨주셨다.

 

이런 사소한 문장들에서 위안을 얻고 확신을 얻는다.


전시회 3일동안 상주하시는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렸을 때 부터 말하는 거 하나는 자신있었기 때문에 별 긴장도 안하고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가님 말에도 집중해야하고, 카메라 앵글은 괜찮은지, 마이크 소리는 잘 들어가는지 곁눈질으로 계속 확인하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편집할 때 제대로 확인할텐데 

 

아마 많이 이불킥할 것 같다..


전시회가 끝나면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둘 다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ㅠ

 

막상 끝나보니 할 게 더 많아졌다..ㅎㅎ

 

유튜브 편집도 해야하고, 작품들 철수도 해야하고, 다음 스케줄 준비도 해야하고!

 

근데도 행복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다.

 

기분 좋은 힘듦이다.

 

mlm프로젝트의 첫 정기 전시가 마무리됐습니다. 방구석에 숨어있는 청년예술가들을 발견해보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전시지만, 때론 현실에 부딫히기도하고 나 스스로가 지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던 mlm프로젝트를 예쁘게 채워준건 순수하고 열정가득한 작가님들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저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편견없이 믿고 작품을 걸어준 작가님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전시를 진행하며 때론 과분한 칭찬과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대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1회 2회를 거쳐 100회까지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mlm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시회에 찾아주신 200여분들 너무 감사하고, 부족한 기획 실력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갤러리지에이에도 감사을 표합니다. 앞으로 계속될 mlm프로젝트의 다양한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빠른 시일내로 mlm프로젝트의 다음 발자국도 여러분들께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lm프로젝트 팀 고민석, 심건우 올림

 

전시가 끝나고 모든 작품이 내려간 갤러리에서 쓴 글이다.

 

작가님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씁쓸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텅빈 객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사히 잘 끝내서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 이상한 아쉬움과 서운함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정기전시를 진행할 것이다.

 

다음 전시는 6월에 공고를 내고, 9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시는 작가님들이 많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으니

 

이번 전시를 발판삼아 더더욱 비상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만날 청년 작가들을 생각하면 설레고 기대된다.

 


끝으로 우리 전시회에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우리 친구들, 가족들, 같이 고생해준 작가분들, 미숙한 우리들 잘 챙겨주신 갤러리지에이 사장님까지

 

어디 하나 버릴 인연이 없다.

 

모두들 잘돼서 정상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mlm프로젝트에 대한 미래 계획들, 계속 있을 우리 이야기들을 수기 형식으로 남길 생각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변변치 않은 글을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

 

 

https://reviewgo.tistory.com/48

 

2-1. mlm프로젝트_愛의 시작

1차 전시였던 休를 마치고, 쉴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정기적인 시험의 존재와 누구나 바라보는 목표를 가지고 살았던 학생 때는 굳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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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회색인간

 

-시작하며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수능이 끝나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 한 줄짜리 성적표를 쳐다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하필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오랫동안 방황했던 시간들이 아까워서도 아니었고, 하필 이번 수능 국어가 너무 어려워 부서진 멘탈 때문에 틀릴 이유가 없는 문제들도 틀려버린 순간이 아쉬워서도 아니었다.

고작 한 줄짜리 성적표에는 내가 없었다. 내 짧디짧은, 그러나 나름대로 복잡하고도 어려운 서사들로 꽉꽉 채워진 나의 날들이 그곳엔 없었다. 앞으로 마주할 사회에 나의 그런 서사들은 변명일 뿐이고, 사회는 나를 이 한 줄로 평가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왜 그 긴 길을 걷는 내내 멈춰 서고 넘어졌는지, 왜 자꾸 지름길을 찾기는커녕 뱅뱅 돌아가다가 고작 여기서 멈춰버린 건지 나의 나약함에 화가 났다. 탓할 것이 나뿐이었다. 나의 첫 휴식기는, 그렇게 끊임없는 자책으로 나를 갉아먹으며 시작되었다.

 

#1

, 종이 울렸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긴 어디지? 주위에는 똑같이 생긴 회색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드문드문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몇몇 사람이 보였다. 온통 잿빛인 세상이었다. 바람도, 햇빛도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꼭 멈춘 시간 속에 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옆에 덜덜 떨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여긴 어디죠?”

난 망했어. 이제 큰일 났다고. 종이 벌써 쳐버렸어.”

이봐요, 괜찮아요?”

난 틀렸어. 난 끝났어. 난 아마 평생을 밑바닥에서 기게 될 거야.”

 

남자에게 내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손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정상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남자에게서 멀어져 난 그 앞에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여자는 뚱한 얼굴로 나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난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었다.

 

종소리가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어요. 여긴 어디죠?”

여긴 그저 그런 사람들이 지내는 곳이지.”

그저 그런 사람들이요?”

그래. 유난히 모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들. 어디에나 쓸 수 있지만, 그 어디서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

 

여자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꼭 모든 감정을 빼앗긴 사람처럼.

 

그런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야.”

언제까지요?”

아마 죽을 때까지?”

 

. 내 안에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정신이 온전히 든 기분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의 그 남자처럼.

 

뭔가 잘못됐어요. 제가 가려던 곳은 이곳이 아니에요.”

혹시 환상 정원으로 가려고 했었나? 눈부시게 반짝이고, 행복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그곳에.”

맞아요, 혹시 아시나요?”

늦었어.”

?”

그곳에 가고 싶음 남들보다 일찍 출발하던가, 더 빨리 달렸어야지. 여기서 한참을 더 가야 있는 곳인걸.”

하지만, 전 정말 열심히 여기까지 온 건데요. 전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종이 쳐버렸잖아. 이미 다 끝났어. 너도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야.”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가장 흔해서 쓸모없는 ‘회색 인간’

 

#2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빠져나와 한참을 달렸다. 사실, 도망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어땠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고작 여기까지라니. 무서웠다.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이뤄낸 길이 고작 이 정도로라면 앞으로 내가 아등바등 걸어갈 길이 다른 이들의 눈에 얼마나 미미하고 하찮은 것일지 두려웠다. 남들의 그 시선은 곧 사실이 되고, 난 그렇게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는데도 여전히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회색 고층 건물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숨을 헉헉거리며 앞을 내다봤을 땐, 통유리로 이루어진 건물 창문에 잔뜩 헝클어진 채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나를 보았다. 거울 속에 나는 그 어떤 색도 없었다. 탁한 잿빛을 띠고 있을 뿐.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삭막한 이곳처럼.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는 순간, 난 내가 스스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잔뜩 겁에 질린 거울 속에 내가 불쌍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금 가장 슬픈 건,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나를 하찮게 여기는 남들의 시선 속에 나의 시선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버렸다. 내가 나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어쩌다 내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내 존재를 내 안에서 지움으로써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필요할 때 쓰고 버릴 수 있는 휴지 조각 같은, 언제든 다른 대용품으로 교체 가능한 기계 부품 같은 사람. 매일 메케한 매연 냄새를 맡으며,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거리를 지나, 회색 건물 안으로 들어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그 안에서 나오는 사람. 아무 생각 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기계처럼 살아가는 사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차게 식은 맨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것처럼,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 난 그렇게 나도 모르는 세에 나의 색을 죄다 뺏겨, 내가 그렇게 끔찍해 하던 회색 인간이 되어버렸다.


 

#비밀정원

-들어가며.

다행히 나의 첫 휴식기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때 나를 그 끔찍한 자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어이없게도 한 편의 만화영화였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봤던, <피터 팬>. 그때 난 매일 한 줌의 빛도 용서하지 않은 방에 처박혀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다가, 새벽이 찾아오면 울다 지쳐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느 날,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은 나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을 추천해줬고 난 덕분에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나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노트북을 덮으려다가, 자동재생 때문에 우연히 한 영상을 더 보게 되었는데, 그건 <피터 팬2>에 나오는 어른이 된 웬디와 피터 팬의 재회 장면이었다.

 

피터 팬은 자신과 달리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버린 웬디를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웬디?’

 

웬디가 웃으며 인사하자 피터는 웬디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실망한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리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넌 변했구나.’

 

그러자 웬디는 미소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냐, 피터. 난 변하지 않았어.’

 

웬디의 그 말에 난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 나의 첫 휴식기, 난 잊고 있던 내 안의 가장 중요한 무언갈 발견했다.

 

#1

창문을 통해 마주 본 나를 보자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고작 이 꼴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던가. 잿빛으로 변한 나를 보고 있자니 내 안에 무언가가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속은 텅 빈 것 같은데 숨이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더랬다. 그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무언가가 생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 나를 비추던 통유리는 그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통로를 만들어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어둡고 위험해 보이는 곳엔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가 들어왔던 입구는 닫혀버렸다. 이제 선택지는 없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수밖에.

 

끝없는 어둠이었다.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디까지 온 건지, 어디에서 온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길을 잃었다는 불안감도, 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란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흑흑흑.”

 

얼마나 걸었을까. 근처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한 소녀가 잔뜩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 괜찮니? 왜 이런 데에서 혼자 울고 있어.”

 

아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깜짝 놀라 아이에게서 손을 떼고 멀어졌다.

 

이건, 나잖아.”

 

울고 있던 아이의 정체는 나였다. 그것도 14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뒤로 물러서는 나의 팔을 붙잡고는 연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세요.”

“...”

이젠 저를 똑바로 보세요. 그만 나를 용서하시고,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이거 놔.”

 

분명 나보다 체구도 작고, 힘도 없는 연약한 어린아이의 모습인데 난 왠지 그 아이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당신의 시간은 여기 멈춰있어요. 모습은 변했을지 몰라도, 당신의 안에는 아직 나의 모습이 상처로 남아있죠. 그래서 난 지금까지 시간 속에 사라지지 못하고, 춥고 어두운 여기에 홀로 남아 당신에게 평생 용서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난 아이를 있는 힘껏 밀치며 말했다. 어린아이는 힘없이 내게서 밀려나 넘어지고 말았다. 난 아이에게 등을 돌린 채, 잔뜩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착각하지마. 넌 내게 상처가 아니라 치부야. 아픈 과거가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거라고.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그게 바로 너야. 그러니까 계속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내 인생에 발목 잡지 말고 이제 제발 사라져.”

나를 붙들고 있는 건 당신이에요.”

?”

나를 붙들고 매일 밤마다, 그러지 말 걸, 그러면 안 됐었는데 끝도 없이 자학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괴로운 건 당신이에요.”

 

아이는 일어나 내게 다가와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차게 식은 내 손과 달리 아이의 손은 참 따뜻했다.

 

이젠 저를 놓아주세요. 당신은 이제 저와 달라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참 단단해졌어요. 그러니, 이젠 나의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겁내며 살지 말아요.”

 

난 그제야 아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제야 내 눈에, 나의 날카롭고 잔인한 잣대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받은 작고 여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난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해. 넌 그냥 많이 어렸을 뿐인데, 많이 서툴고 무서웠을 뿐인데 누구보다 너를 미워해서 미안해.”

 

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난 이제 네가 아프지 않아. 넌 그냥, 많이 서툴렀던 나였을 뿐이야.”

 

아이는 내게 환히 웃음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나의 미소를 마주한 그 순간, 아이는 하얀빛이 되어 흩어졌다.

 

#2

그렇게 어린 날의 나를 보내고 한동안 계속 끝없는 어둠이 다시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내 인기척이 느껴지자 희미한 불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축 처진 날개를 가지고 있는 작고 기운 없어 보이는 요정이었다. 요정은 나의 머리칼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꿈속에서나 들을 법한 달콤하고 포근한 목소리였다. 말투는 전혀 그러지 않았지만.

 

, 왜 이제 와! 하도 안 와서 날 다 잊어버린 줄 알았잖아.”

 

요정은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몇 번 날지 못하고 떨어졌다. 난 깜짝 놀라 요정을 손으로 받아 주며 물었다.

 

, 미안해. 근데 넌 누구니?”

 

요정은 나의 말에 한 층 더 풀이 죽은 듯해 보였다.

 

역시 잊은 거였구나.”

잊어?”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처음 보는 것처럼 굴 수가 있어. 날 만든 건 너잖아.”

내가 만들었다고?”

그래, 어린 네가 만든 꿈속 친구. 나랑 같이 네가 좋아하는 높은 밤하늘도 날아다니고, 예쁜 인어를 만나러 가기도 했지.”

 

내가 별다른 대답이 없자 요정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 모든 걸 다 지워버렸구나. 하긴 그러니까 이 정원이 이 지경이 된 거겠지.”

정원?”

그래, 정원.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 곳. 정원의 주인은 어른이 되기 전까지 늘 꿈속에서 이 정원에 초대돼. 여기서 나 같은 친구를 만들고, 향기를 만들고, 색을 입히지.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이고, 햇살을 내려.”

하지만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어른이 되었다는 거야. 원래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이곳에 오는 날들이 줄어들어. 그러다 영영 잊어버리게 되고, 다신 올 수 없게 되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

중요한 것들이 많아져서? 사람은 자랄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거든. 그런 것들에 신경 쓰다 보면,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본질도,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본질도 잊어버리게 되지. 그렇게 되면 이곳은 이렇게 영원히 끝없는 어둠이 자리 잡게 돼.”

“...”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빛을 잃는 거야. 그렇게 회색인간이 되는 거지.”

 

요정의 그 말에 난 유리에 비친 회색 인간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낀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의 이유를 알았다. 그래, 내가 열심히 달려온 이유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기서 멈춰버렸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난 어디에 있든, 유일한 하나이며 나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나만의 정원, 나만의 세상이 있으니까. 나의 이 작은 세상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이제 알겠어. 여긴 내 마음속이구나.”

 

나의 말에 한 줄기 빛도, 어떤 바람도 없이 멈춰버린 듯한 이곳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풀 죽어 앉아있던 요정도 갑자기 몸에서 빛을 내뿜으며 축 처져 있던 날개를 펼쳤다. 요정은 내게 환히 웃으며 날아올랐다. 요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고, 목소리도 한층 더 온화해졌다.

 

그래, 맞아. 스스로 기억해 냈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환상 정원에 가고 싶어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내 안에 있는 비밀 정원을 발견하는 거란다. 환상 정원에 간다하더라도,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회색인간이 되고 말아.”

이곳에 다시 빛이 일까?”

그럼, 네가 이곳을 찾았고 또 그 안에서 나를 찾아냈잖아. 이제 이곳의 너만의 향기로 꽃이 피고, 너만의 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일 거야.”

 

문이 열렸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통로였다.

 

잊지마, 난 너야. 네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난 존재하지 않아. 난 네가 순수하고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의 기억이고, 네가 꿈꾸던 모든 순간을 이어준 빛이야. 절대 잊지 마.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어.”

, 잊지 않을게.”

 

난 요정에게 작별인사를 건내고 통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까 내가 서 있던 그곳이었다. 여전히 하늘은 낮인지 밤인지 모를 정도로 우중충했고, 빽빽이 늘어서 있는 높은 건물들도, 내가 서 있는 이곳도 모두 회색빛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유리에 비친 난 더 이상 회색인간이 아니었다. 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만의 색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었다.

 


 

 

<짧은말>

#다시 세상으로_단편 에필로그

 

안녕, 피터 팬.

안녕, 나의 아이야.

어릴 땐 네가 참 야속했어.

매일 밤 엄마 몰래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데도

넌 한 번을 안 와주더라.

나도 너와 함께 하늘을 날며, 노래를 부르며,

인어들을 만나고, 후크선장의 배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해.

네가 내게 오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잊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너와 보낸 시간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순간이자, 아득한 별빛 같았을 테니.

그렇게 너와의 시간들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된 거겠지.

그래서 넌 나에게 한여름 밤의 꿈으로도 찾아와 줄 수 없었겠지.

그래, 맞아. 난 그렇게 내가 끔찍해 하던 회색 인간이 되어버렸던 거야.

 

피터, 난 더 이상 네가 오길 기다리며 창문을 열어놓는 어린 아이가 아니야.

그러기엔 난 너무 자라버렸어.

하지만 난, 언제나 너를 마음 한켠에서 추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따금 너를 꺼내 보지.

너를 떠올리면, 나의 구멍 난 마음엔 네가 가득 피어나.

내 마음에 네가 가득 만개할수록 난 때론 슬퍼지고, 때론 허무해져.

이제는 너만을 꿈꾸며 순수하게 반짝이던 나를 만날 수 없어서일까?

 

하지만 피터, 난 이제 알아. 내가 변한 게 아니라는 걸.

난 내가 발견한 작은 틈에서 너를 읽었고, 너를 느꼈고,

결국, 너를 찾아냈잖아.

난 네 덕에 여전히 꿈을 꾸고 반짝이고 있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영원이 없는 나에게도 영원이란 건 있을 수 없지만,

널 향한 나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어.

그래서 더 이상 널 꿈꾸지 않는 날, 슬퍼하지 않으려 해.

난 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이뤄낼 테니 말야.

 

난 흘러가는 시간 속에 널 추억할 테니,

넌 멈춰진 시간 속에서 너의 시간을 머무는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줘.

 

웬디? 많이 변했네.”

아냐, 피터. 난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제임스 매튜 베리 <피터 팬> -


<짧은 말, 평안하지 못한 밤을 보내고 있을 그대에게>

 

우리는 흔히 ‘BETTER THAN BEFORE’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누군가는 오늘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오늘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누군가는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지쳐 잠들고,

다른 누군가는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버렸구나, 자책하며 뒤척이겠지.

그래서 ()’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더 많은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이뤄내야 해. 내가 쉴 틈이 어딨어?’

뭘 했다고 쉬겠다는 건지. 그건 나약한 거야.’

 

물론 너무 많은 시간을 멈춰있기만 하면 고이고 고여 썩게 되겠지만,

우리에게 휴식이란 꼭 필요한 존재다.

인생이 점과 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선이라면,

우린 그 점과 점 사이의 공백에서

꽉 채워진 것들에게서는 알 수 없었던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심지어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우리는 또 흔히 대단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쉴 때조차 말이다.

 

이번 휴가에는 자기 계발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야지.’

이번 방학에는 해외여행을 갈 거야.’

이번 주말에는 책 세 권을 읽어야겠어.’

 

물론 그것들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할까 봐 휴식을 시작도 못 한다는 것이다.

휴식이란 건 별거 없다.

그저 내 마음 편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면,

마음 놓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면,

하다못해 참지 않고 크게 한숨 한번 내쉬고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게 휴() 아니겠는가.


<짧은 말_Thanks to>

 

난 오늘 당신의 전화 한 통에 한 시간을 넘게 웃었다.

난 오늘 당신의 문자 한 통에 기뻤고,

사진첩을 구경하다 마주친 당신의 환한 미소에 웃음 지었다.

버스에서는 당신과 함께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그리워했고,

언젠가 또 함께 갈 여행에 설레었다.

틈틈이 당신이 추천해준 노래도 들어봤고

간간히 당신에게 연락을 남겨뒀다.

당신은 내가 틈틈이 빛이 두려워 어둠 속에 파묻힐 때마다

내 어둠에 들어와 나를 끌어 안아주었다.

때론 내가 마음 놓고 울게 해줬고 때론 눈물은 지우고 웃을 수 있게 해줬다.

난 오늘 하루 종일 당신들의 그림자 한 뼘조차 마주치지 못했지만,

나의 일상에 당신들이 깃든 틈새를 잘도 찾아내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잘 보내었다.

 

(), 오늘도 당신들이 있어 다행이다.

 

#1

싹을 틔웠나 보다

삶은 검은 낱말로 몰아치고

필자의 이름을 가진 당신은 독자로

더러는 숨 쉬고 싶을까 봐

더러는 눈 감고 싶을까 봐

 

-그래서 쉼표는

 

#2

나뭇잎 틈 새를 비추는

따스한 태양빛 끌어안고

게으른 선잠에 들게 되면

조금은 행복한 꿈을

당신은 꾸게 될까

 

-요람

 

#3(Main)

온 세상이 삼월 빛 물들어가고

이 곳의 앞에 선 당신이 있어

나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당신이 줄곧 달려왔음을 알아

 

사랑스러운 꽃잎 넌 말이 없어도

네게 사로잡혀 멈춘 발걸음 있어

아무 말도 않을 때 더 많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느낄 수 있음을 그대

 

알게 됐으면

 

-삼월의 침묵

 

#4 

멈추어 있기만 하며 살아가는 삶은 없어

멈추지 않으며 살아갈 뿐인 삶도 없어

 

#5

청춘의 경화수월에 혼을 빼앗겨도

분명 지금 뿐인 때가 있겠지

 

#6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

흙도, 물도, 저 하늘의 빛도

하나라도 부족하면 피지 않아

당신의 꿈도, 희망도,

넘어진 상처도

 

#7

우리는 단지 지나온 길도 여전히 알 수가 없으니까

잠시 네 발걸음 멈춰 세우며 머물러도 좋다 말할 수 밖에

 

#8

삶은 철새와도 같아 나로서는 그 노선을 알 수가 없다

허나 향하고자 하는 당신에게 나는 그저 횃대로 충분하길

 

#9

지나온 어제엔 보다 큰 믿음을

달려갈 내일엔 보다 큰 의지를

그 한가운데의 오늘은 조금은 안온한 밤을 향해

 

#10

앞으로 떠나가게 되어도 다시금 멈춰서게 되어도

그것도 당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줘

 

#11

몇 번을 헤매여도 좋아

빛나는 단 한 순간을 위해

 

#12(Main

당신은 가로 실, 얼마나 풀릴지 몰라

나는 세로 실, 매듭을 짓게 될지 모른데도

제 마음대로일 뿐인 우리가 겹치게 되면

사람을 따스하게 할 면이 될지도 몰라

 

-연

 

#13

숨 돌리는 쉼터에 다다랐다면 네게 묻고 싶어

앞만 보고 달린 그 곳이 어디든 무얼 알게 됐느냐고

 

 

 

#14(Main)

내일 당장 죽어버릴지 몰라

모두 없던 일이 될지도 몰라

그럼에도 이에 따른 주저함이

만개한 오늘의 이유가 됐다면

공백의 의미는 무의미가 아니었으니

그래, 사실은 이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

 

-흰

 

구애,72.7x60.6cm, oil on canvas, 2021

 

어릴 때부터 종종 나는 인간 외의 것이라는 상상에 잠겼습니다. 
정글북의 모글리를 보며 나도 인간 문명 속에 사는 작은 짐승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이요.
 화이트 팽을 보곤 나도 하나의 늑대가 된 것처럼 베개와 이불로 보금자리를 짓고 그 집을 지키고 생활했어요. 
시튼의 동물기,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속 나만의 생태가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종종 인간으로 살기 버겁거나 인간 껍데기를 가진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 동물을 보며 나의 초심, 정신적인 조상을 찾고자 했어요. 

22살의 나는 생물학적으로 ‘인간’ 부류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요. 이 살구색 민둥 피부를 가진 건 인간의 특징이거든요. 그렇지만 정신적인 조상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마음속 이상을 따라가면 나만의 ‘종’을 개척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자연을 사랑하는 ‘나’라는 캐릭터로 자연과 동화되려고 해요. 꾸밈만으로는 자연에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아요. 구애를 위해 나뭇잎과 깃털로 장식하는 수컷마냥 나의 자연 철학으로 자연에 구애합니다. 나를 받아달라고요. 

어색한 회색의 나겠지만 장엄한 색 중에는 회색은 하나쯤은 있을 테지요.
<작가 노트 중에서>

색색의 자연 속에서 회색의 인간성을 가리기 위해 꽃과 깃으로 치장한 후 자연에게 구애하는 하나의 인간을 그렸습니다. 어찌 보면 공허해 보이는 여성의 시선 끝에는 자연이 자리 잡았습니다. 중앙의 새는 식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성과 동일시되는 그림의 아이콘이자 작가의 자연철학을 단편적으로 나타냅니다.

알(하나의 세상), 31.8.x46.8cm, Guashu painting, 2021

흰 깃을 가진 새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니 그 새는 곧 나, 그러니까 나는 흰 작은 새라고 가정한다. 
어느 날 둥지에 큰 알이 생겼다. 글쎄 어디서 어떻게 내 둥지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단단한 알껍데기 때문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 그 알은 곧 나요, 그 알을 품는 건 당연해진다. 
내가 낳았을 리 없는 그 큰 알이 당연히 내 것이 되었고 그것 또한 곧 나였다. 
시간이 지나 알이 갈라졌다. 검은 흑색조가 눈을 뜨고 나를 마주한다.
 이질감과 대면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생을 믿어온 신념일까, 또 다른 나의 자아일까, 출처를 잊은 채 검은 털에 큰 몸집인 털들을 바라본다.
나와 다른 신념이라면 다시금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나의 자아라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작가 노트 중에서>

알은 하나의 세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단단한 껍질은 단절과도 같다. 
낯선 알과의 만남, 곧 일부가 된 알. 
하지만 껍질의 해체로 다른세상 둘이 내면에서 합쳐진다면 이 낯섦을 수용할 수 있는가? 에서 출발한 그림이다. 사람은 확장되는 사회 속에 이질적인 본인 모습이나 신념의 충돌 등을 겪으며
내가 아닌 듯한 낯선 감성을 느끼게 된다.
이 낯선 감각을 본인의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작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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