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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지 작가님

앙상한 푸른 나뭇가지들이 해를 살며시 가리며 그 앞으로는 한 여인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과 상반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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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이연지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개망초같은 사람.

너무나도 흔해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보다보면 내가 정을 주었던 그 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에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그런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꽃말 역시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라는 말이 좋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입니다.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견했고, 자세히 알아보니 좋은 취지를 가지고 활동하시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술이라는 단어 하나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전시회를 열 수 있다는 말이 꿈과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며 전시회를 열고 싶었던 것이 제 작은 꿈의 시작점이었기에 지금도 mlm 프로젝트와 담당자님들께 진심을 다 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3.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내향적인 성격 탓에 상처도 잘 받았고,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보다는 그림이 더 편했고, 그림에 제 감정을 담아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림은 제 자신을 알아가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그림을 그릴 때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ns에 그림을 업로드 하기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지금까지 약 5년째 작업 중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에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4. 작가님 작품을 보면 사람의 얼굴이 도드라지게 보이는데 사람의 얼굴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건가요? 본인의 예술적 자아를 나타내는 건가요?

 

사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그리다보면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얼굴이 그려지고 표정이 없는 그림이 나오게 됩니다.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그려지는 거라 그림들이 전체적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표정이 없고, 어떻게 보면 우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아마 제 자신을 표현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대부분 올라오는 그림들은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토대로 작업되는 그림들이기 때문에 날 바라봐주었으면, 사랑해주었으면,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들이 그림에 담겨서, 완성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화상을 많이 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5. 작가님은 휴(休)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처음에 라는 주제를 보고 무슨 말인지 검색해보았는데 휴식의 가 가장 큰 의미이고, 그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휴의 한자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그릴 때 에도 사람과 나무에 중점을 두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해와 달, 낮과 밤 이러한 단어들을 선정하여서 최대한 자연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6. 앞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예술적 지향점이 있을까요?

 

꾸준히 그림을 올리는 것과, 다양한 그림을 표현하는 것을 시도해보기. 그리고 언제나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후에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고 싶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공감과 행복을 느낄 때까지 평생을 그리며 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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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은 작가님

숨이 필요해 찾았던 숲이었다. 이날은 잎들도 잎들이지만, 투명하게 물들은 하늘이 참 맑았다. 길게 뻗고 선 나무들 위로 내리는 햇빛에 위안을 얻으며 걷다가 , 위를 바라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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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이지은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하고 싶은 것이 차고 넘치는 사람으로 사진을 좋아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었지만 그래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제 사진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있던 시기와 우연히 맞았던 것도 있습니다. 

3.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삶을 살아야지 다짐하고 시작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그저 예술을 가까이 두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며 사는 것이 
결국 가라 앉게 되는 나를 떠받쳐 올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점점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서, 놓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작가님한테 있어 예술의 의미란? 

 

의미라면 때에 따라 바뀌겠지만 지금은 기록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증표와 같은..
순간을 죽여서 영원히 살게 하는 모순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에 매력을 느낍니다. 

5. 자연을 주로 작품에 담는 것 같은데, 따로 의미가 있는지?

 

무언가에 지쳐 돌아갈 때면 
항상 본인 나름대로 기다리고 있는 듯이 있었던 것이 자연이라. 
알맞은 중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휴식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런 장면이 떠올라지는 것 같습니다. 

6. 앞으로 담고 싶은 피사체가 있다면?

 

이전까지는 주로 시각적으로 매료되는 풍경적인 장면들을 수집해온 것 같습니다. 
저의 사진들이 모든 것이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만, 요즘은 가리지 않고 
찍고 싶은 것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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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연 작가님

<박소연> 우리는 저마다의 휴식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과 같이 쉬고 싶은 방향 또한 다양하고 새롭다.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방구석에 박힌 사람,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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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프로젝트_休 박소연 작가님 작품 다시보기>


 

1. 작가님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는 팀인데 무슨 연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 저 당시에 제가 많이 슬럼프를 겪는 시기에 공고를 찾게 되었어요. 미래에 대해서도, 진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도 많이 이고선 이리저리 캠퍼스픽이나 인스타 전시 등을 구경하고 찾는중에 우연히 라는 주제로 전시를 시작하는 새 프로젝트 팀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에서도 걱정 반으로 믿을 만 한 곳인지 또, 저조차도 의심 반으로 신청했었지만 당선 되고 진행을 점차 시키는 중에 정말 믿을 만 하고 열심히 참여를 하면서 기획과 실행을 하신걸 느꼈어요.

 

제가 에 대해서 잘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청하기도 했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글로 미리 설명해서 설득력 있게 써 내려 갈 수 있는 지원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얼굴을 맞대고 설명하는 것 보다 글로 작성하는게 더 제 생각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걸 알아서 자신있게 지원 했던 것 같습니다.

 

3.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예술 자체에서는 가장 처음 시작한 건 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나 발레학원부터 시작했어요. 자세 교정이나 학원을 다니면서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제가 관심 있어 한 것은 초등학교 방과후 동아리에 거문고와 가야금부가 있어서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했던 계기가 있습니다. 점차 자연스레 전공에도 발을 들여 가야금 전공도 하고 현재는 한국음악작곡을 전공하고 있고요.

저는 우선, 소리에 이끌려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항상 복도를 지나다니면 하프 같은 선율이 들려서 제 귀를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동아리에 가입 시켜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도 있네요 ㅎㅎ..

또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저 어릴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는데, 교내 사생대회에서 항상 그림을 그렸던 터라 좋아하면서 음악제 포스터 그리기 등 여러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해외에 잠깐 나가서 살면서 본격적이게 예체능 수업을 선택해서 들었는데, 회화 수업과 사진 등을 들으며 캔버스에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현재는 한국에 와서 지속적으로 교내 미술대회에 참가하다가 대학에 입학 후, 부전공으로 조형예술과를 듣는 계기도 된 것 같아요.

 

4. 이번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우선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코로나 시대에 를 생각하면서 그려봤어요. 우리가 놀러가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제한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여행과 마음의 휴식을 주제로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불멍][누에고치의 부화], [사족보행 항동새 타기] 이렇게 세 작품으로 내 안의 상상력을 표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걸 희망했어요. 그리고, [오로라 속의 낚시터]로 못 가는 여행을 가면서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오로라를 바라보는 풍경을 그려 냈습니다.

저의 상상력과 바램을 담은 그림이지만, 모두들 답답한 시국에서 여행을 바라보고 휴식을 원하는 건 공통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관람하는 분들도 공감을 하고 그림이 마음에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희망과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건지 등을 반대로 바라보는 <거울>같은 영향력을 주길 바라며 그렸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목표 없이 달려 왔다면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원하는 것을 정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5. 이번 작품 중 누에고치의 부화에 대한 설명을 보니 현실 불가능한 것을 현실화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이 말이 곧 작가님 본인의 예술적 자아를 나타내는 느낌인가요?

- , 저는 예술을 전공하기 전까지는 정말 현실적이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현실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떠올리며 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예술을 하면서 상상을 하며 좀 더 추상적이게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현실적인건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기도 하고, 저는 판타지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동화 속에 온 기분 등을 전달하고 싶기도 합니다.

 

6. 작가님이 앞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지향점이라는게 있을까요?

- 아직은 제가 원하는 색채가 어느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지는 못했어요. 제 작품을 보면 아시겠지만 뚜렷하게 색감이 진한 것도 있고, [누에고치][항동새]처럼 조금은 흐릿 한 스타일도 있습니다.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이것저것 하는걸 좋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림을 봤을 때 이 작가는 누구다, 하고 맞출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싶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 작품을 보면 너 답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는 나를 표현하고 있긴 한거 같지만 그래도 저는 더 생각과 표현을 담아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 아쉽게도 이번 전시를 직접 가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추후에 또 기회가 된다면 전시를 해서 꼭 방명록도 함께 남기고 싶네요. MLM PROJECT 1기 전시 수고 많으셨고,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응원 많이 할게요! 감사합니다.

 

 

#단편, 회색인간

 

-시작하며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수능이 끝나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 한 줄짜리 성적표를 쳐다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하필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오랫동안 방황했던 시간들이 아까워서도 아니었고, 하필 이번 수능 국어가 너무 어려워 부서진 멘탈 때문에 틀릴 이유가 없는 문제들도 틀려버린 순간이 아쉬워서도 아니었다.

고작 한 줄짜리 성적표에는 내가 없었다. 내 짧디짧은, 그러나 나름대로 복잡하고도 어려운 서사들로 꽉꽉 채워진 나의 날들이 그곳엔 없었다. 앞으로 마주할 사회에 나의 그런 서사들은 변명일 뿐이고, 사회는 나를 이 한 줄로 평가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왜 그 긴 길을 걷는 내내 멈춰 서고 넘어졌는지, 왜 자꾸 지름길을 찾기는커녕 뱅뱅 돌아가다가 고작 여기서 멈춰버린 건지 나의 나약함에 화가 났다. 탓할 것이 나뿐이었다. 나의 첫 휴식기는, 그렇게 끊임없는 자책으로 나를 갉아먹으며 시작되었다.

 

#1

, 종이 울렸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긴 어디지? 주위에는 똑같이 생긴 회색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드문드문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몇몇 사람이 보였다. 온통 잿빛인 세상이었다. 바람도, 햇빛도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꼭 멈춘 시간 속에 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옆에 덜덜 떨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여긴 어디죠?”

난 망했어. 이제 큰일 났다고. 종이 벌써 쳐버렸어.”

이봐요, 괜찮아요?”

난 틀렸어. 난 끝났어. 난 아마 평생을 밑바닥에서 기게 될 거야.”

 

남자에게 내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손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정상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남자에게서 멀어져 난 그 앞에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여자는 뚱한 얼굴로 나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난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었다.

 

종소리가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어요. 여긴 어디죠?”

여긴 그저 그런 사람들이 지내는 곳이지.”

그저 그런 사람들이요?”

그래. 유난히 모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들. 어디에나 쓸 수 있지만, 그 어디서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

 

여자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꼭 모든 감정을 빼앗긴 사람처럼.

 

그런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야.”

언제까지요?”

아마 죽을 때까지?”

 

. 내 안에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정신이 온전히 든 기분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의 그 남자처럼.

 

뭔가 잘못됐어요. 제가 가려던 곳은 이곳이 아니에요.”

혹시 환상 정원으로 가려고 했었나? 눈부시게 반짝이고, 행복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그곳에.”

맞아요, 혹시 아시나요?”

늦었어.”

?”

그곳에 가고 싶음 남들보다 일찍 출발하던가, 더 빨리 달렸어야지. 여기서 한참을 더 가야 있는 곳인걸.”

하지만, 전 정말 열심히 여기까지 온 건데요. 전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종이 쳐버렸잖아. 이미 다 끝났어. 너도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야.”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가장 흔해서 쓸모없는 ‘회색 인간’

 

#2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빠져나와 한참을 달렸다. 사실, 도망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어땠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고작 여기까지라니. 무서웠다.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이뤄낸 길이 고작 이 정도로라면 앞으로 내가 아등바등 걸어갈 길이 다른 이들의 눈에 얼마나 미미하고 하찮은 것일지 두려웠다. 남들의 그 시선은 곧 사실이 되고, 난 그렇게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는데도 여전히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회색 고층 건물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숨을 헉헉거리며 앞을 내다봤을 땐, 통유리로 이루어진 건물 창문에 잔뜩 헝클어진 채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나를 보았다. 거울 속에 나는 그 어떤 색도 없었다. 탁한 잿빛을 띠고 있을 뿐.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삭막한 이곳처럼.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는 순간, 난 내가 스스로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잔뜩 겁에 질린 거울 속에 내가 불쌍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금 가장 슬픈 건,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나를 하찮게 여기는 남들의 시선 속에 나의 시선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버렸다. 내가 나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어쩌다 내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내 존재를 내 안에서 지움으로써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필요할 때 쓰고 버릴 수 있는 휴지 조각 같은, 언제든 다른 대용품으로 교체 가능한 기계 부품 같은 사람. 매일 메케한 매연 냄새를 맡으며,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거리를 지나, 회색 건물 안으로 들어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그 안에서 나오는 사람. 아무 생각 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기계처럼 살아가는 사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차게 식은 맨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것처럼,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 난 그렇게 나도 모르는 세에 나의 색을 죄다 뺏겨, 내가 그렇게 끔찍해 하던 회색 인간이 되어버렸다.


 

#비밀정원

-들어가며.

다행히 나의 첫 휴식기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때 나를 그 끔찍한 자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어이없게도 한 편의 만화영화였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봤던, <피터 팬>. 그때 난 매일 한 줌의 빛도 용서하지 않은 방에 처박혀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다가, 새벽이 찾아오면 울다 지쳐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느 날,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은 나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을 추천해줬고 난 덕분에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나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노트북을 덮으려다가, 자동재생 때문에 우연히 한 영상을 더 보게 되었는데, 그건 <피터 팬2>에 나오는 어른이 된 웬디와 피터 팬의 재회 장면이었다.

 

피터 팬은 자신과 달리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버린 웬디를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웬디?’

 

웬디가 웃으며 인사하자 피터는 웬디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실망한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리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넌 변했구나.’

 

그러자 웬디는 미소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냐, 피터. 난 변하지 않았어.’

 

웬디의 그 말에 난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 나의 첫 휴식기, 난 잊고 있던 내 안의 가장 중요한 무언갈 발견했다.

 

#1

창문을 통해 마주 본 나를 보자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고작 이 꼴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던가. 잿빛으로 변한 나를 보고 있자니 내 안에 무언가가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속은 텅 빈 것 같은데 숨이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더랬다. 그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무언가가 생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 나를 비추던 통유리는 그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통로를 만들어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어둡고 위험해 보이는 곳엔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가 들어왔던 입구는 닫혀버렸다. 이제 선택지는 없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수밖에.

 

끝없는 어둠이었다.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디까지 온 건지, 어디에서 온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길을 잃었다는 불안감도, 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란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흑흑흑.”

 

얼마나 걸었을까. 근처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한 소녀가 잔뜩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 괜찮니? 왜 이런 데에서 혼자 울고 있어.”

 

아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깜짝 놀라 아이에게서 손을 떼고 멀어졌다.

 

이건, 나잖아.”

 

울고 있던 아이의 정체는 나였다. 그것도 14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뒤로 물러서는 나의 팔을 붙잡고는 연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세요.”

“...”

이젠 저를 똑바로 보세요. 그만 나를 용서하시고,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이거 놔.”

 

분명 나보다 체구도 작고, 힘도 없는 연약한 어린아이의 모습인데 난 왠지 그 아이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당신의 시간은 여기 멈춰있어요. 모습은 변했을지 몰라도, 당신의 안에는 아직 나의 모습이 상처로 남아있죠. 그래서 난 지금까지 시간 속에 사라지지 못하고, 춥고 어두운 여기에 홀로 남아 당신에게 평생 용서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난 아이를 있는 힘껏 밀치며 말했다. 어린아이는 힘없이 내게서 밀려나 넘어지고 말았다. 난 아이에게 등을 돌린 채, 잔뜩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착각하지마. 넌 내게 상처가 아니라 치부야. 아픈 과거가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거라고.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그게 바로 너야. 그러니까 계속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내 인생에 발목 잡지 말고 이제 제발 사라져.”

나를 붙들고 있는 건 당신이에요.”

?”

나를 붙들고 매일 밤마다, 그러지 말 걸, 그러면 안 됐었는데 끝도 없이 자학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괴로운 건 당신이에요.”

 

아이는 일어나 내게 다가와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차게 식은 내 손과 달리 아이의 손은 참 따뜻했다.

 

이젠 저를 놓아주세요. 당신은 이제 저와 달라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참 단단해졌어요. 그러니, 이젠 나의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겁내며 살지 말아요.”

 

난 그제야 아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제야 내 눈에, 나의 날카롭고 잔인한 잣대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받은 작고 여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난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해. 넌 그냥 많이 어렸을 뿐인데, 많이 서툴고 무서웠을 뿐인데 누구보다 너를 미워해서 미안해.”

 

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난 이제 네가 아프지 않아. 넌 그냥, 많이 서툴렀던 나였을 뿐이야.”

 

아이는 내게 환히 웃음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나의 미소를 마주한 그 순간, 아이는 하얀빛이 되어 흩어졌다.

 

#2

그렇게 어린 날의 나를 보내고 한동안 계속 끝없는 어둠이 다시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내 인기척이 느껴지자 희미한 불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축 처진 날개를 가지고 있는 작고 기운 없어 보이는 요정이었다. 요정은 나의 머리칼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꿈속에서나 들을 법한 달콤하고 포근한 목소리였다. 말투는 전혀 그러지 않았지만.

 

, 왜 이제 와! 하도 안 와서 날 다 잊어버린 줄 알았잖아.”

 

요정은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몇 번 날지 못하고 떨어졌다. 난 깜짝 놀라 요정을 손으로 받아 주며 물었다.

 

, 미안해. 근데 넌 누구니?”

 

요정은 나의 말에 한 층 더 풀이 죽은 듯해 보였다.

 

역시 잊은 거였구나.”

잊어?”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처음 보는 것처럼 굴 수가 있어. 날 만든 건 너잖아.”

내가 만들었다고?”

그래, 어린 네가 만든 꿈속 친구. 나랑 같이 네가 좋아하는 높은 밤하늘도 날아다니고, 예쁜 인어를 만나러 가기도 했지.”

 

내가 별다른 대답이 없자 요정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 모든 걸 다 지워버렸구나. 하긴 그러니까 이 정원이 이 지경이 된 거겠지.”

정원?”

그래, 정원.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 곳. 정원의 주인은 어른이 되기 전까지 늘 꿈속에서 이 정원에 초대돼. 여기서 나 같은 친구를 만들고, 향기를 만들고, 색을 입히지.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이고, 햇살을 내려.”

하지만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어른이 되었다는 거야. 원래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이곳에 오는 날들이 줄어들어. 그러다 영영 잊어버리게 되고, 다신 올 수 없게 되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

중요한 것들이 많아져서? 사람은 자랄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거든. 그런 것들에 신경 쓰다 보면,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본질도,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본질도 잊어버리게 되지. 그렇게 되면 이곳은 이렇게 영원히 끝없는 어둠이 자리 잡게 돼.”

“...”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빛을 잃는 거야. 그렇게 회색인간이 되는 거지.”

 

요정의 그 말에 난 유리에 비친 회색 인간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낀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의 이유를 알았다. 그래, 내가 열심히 달려온 이유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기서 멈춰버렸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난 어디에 있든, 유일한 하나이며 나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나만의 정원, 나만의 세상이 있으니까. 나의 이 작은 세상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이제 알겠어. 여긴 내 마음속이구나.”

 

나의 말에 한 줄기 빛도, 어떤 바람도 없이 멈춰버린 듯한 이곳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풀 죽어 앉아있던 요정도 갑자기 몸에서 빛을 내뿜으며 축 처져 있던 날개를 펼쳤다. 요정은 내게 환히 웃으며 날아올랐다. 요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고, 목소리도 한층 더 온화해졌다.

 

그래, 맞아. 스스로 기억해 냈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환상 정원에 가고 싶어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내 안에 있는 비밀 정원을 발견하는 거란다. 환상 정원에 간다하더라도,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회색인간이 되고 말아.”

이곳에 다시 빛이 일까?”

그럼, 네가 이곳을 찾았고 또 그 안에서 나를 찾아냈잖아. 이제 이곳의 너만의 향기로 꽃이 피고, 너만의 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일 거야.”

 

문이 열렸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통로였다.

 

잊지마, 난 너야. 네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난 존재하지 않아. 난 네가 순수하고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의 기억이고, 네가 꿈꾸던 모든 순간을 이어준 빛이야. 절대 잊지 마.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어.”

, 잊지 않을게.”

 

난 요정에게 작별인사를 건내고 통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까 내가 서 있던 그곳이었다. 여전히 하늘은 낮인지 밤인지 모를 정도로 우중충했고, 빽빽이 늘어서 있는 높은 건물들도, 내가 서 있는 이곳도 모두 회색빛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유리에 비친 난 더 이상 회색인간이 아니었다. 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만의 색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었다.

 


 

 

<짧은말>

#다시 세상으로_단편 에필로그

 

안녕, 피터 팬.

안녕, 나의 아이야.

어릴 땐 네가 참 야속했어.

매일 밤 엄마 몰래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데도

넌 한 번을 안 와주더라.

나도 너와 함께 하늘을 날며, 노래를 부르며,

인어들을 만나고, 후크선장의 배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해.

네가 내게 오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잊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너와 보낸 시간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순간이자, 아득한 별빛 같았을 테니.

그렇게 너와의 시간들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된 거겠지.

그래서 넌 나에게 한여름 밤의 꿈으로도 찾아와 줄 수 없었겠지.

그래, 맞아. 난 그렇게 내가 끔찍해 하던 회색 인간이 되어버렸던 거야.

 

피터, 난 더 이상 네가 오길 기다리며 창문을 열어놓는 어린 아이가 아니야.

그러기엔 난 너무 자라버렸어.

하지만 난, 언제나 너를 마음 한켠에서 추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따금 너를 꺼내 보지.

너를 떠올리면, 나의 구멍 난 마음엔 네가 가득 피어나.

내 마음에 네가 가득 만개할수록 난 때론 슬퍼지고, 때론 허무해져.

이제는 너만을 꿈꾸며 순수하게 반짝이던 나를 만날 수 없어서일까?

 

하지만 피터, 난 이제 알아. 내가 변한 게 아니라는 걸.

난 내가 발견한 작은 틈에서 너를 읽었고, 너를 느꼈고,

결국, 너를 찾아냈잖아.

난 네 덕에 여전히 꿈을 꾸고 반짝이고 있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영원이 없는 나에게도 영원이란 건 있을 수 없지만,

널 향한 나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어.

그래서 더 이상 널 꿈꾸지 않는 날, 슬퍼하지 않으려 해.

난 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이뤄낼 테니 말야.

 

난 흘러가는 시간 속에 널 추억할 테니,

넌 멈춰진 시간 속에서 너의 시간을 머무는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줘.

 

웬디? 많이 변했네.”

아냐, 피터. 난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제임스 매튜 베리 <피터 팬> -


<짧은 말, 평안하지 못한 밤을 보내고 있을 그대에게>

 

우리는 흔히 ‘BETTER THAN BEFORE’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누군가는 오늘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오늘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누군가는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지쳐 잠들고,

다른 누군가는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버렸구나, 자책하며 뒤척이겠지.

그래서 ()’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더 많은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이뤄내야 해. 내가 쉴 틈이 어딨어?’

뭘 했다고 쉬겠다는 건지. 그건 나약한 거야.’

 

물론 너무 많은 시간을 멈춰있기만 하면 고이고 고여 썩게 되겠지만,

우리에게 휴식이란 꼭 필요한 존재다.

인생이 점과 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선이라면,

우린 그 점과 점 사이의 공백에서

꽉 채워진 것들에게서는 알 수 없었던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심지어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우리는 또 흔히 대단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쉴 때조차 말이다.

 

이번 휴가에는 자기 계발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야지.’

이번 방학에는 해외여행을 갈 거야.’

이번 주말에는 책 세 권을 읽어야겠어.’

 

물론 그것들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할까 봐 휴식을 시작도 못 한다는 것이다.

휴식이란 건 별거 없다.

그저 내 마음 편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면,

마음 놓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면,

하다못해 참지 않고 크게 한숨 한번 내쉬고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게 휴() 아니겠는가.


<짧은 말_Thanks to>

 

난 오늘 당신의 전화 한 통에 한 시간을 넘게 웃었다.

난 오늘 당신의 문자 한 통에 기뻤고,

사진첩을 구경하다 마주친 당신의 환한 미소에 웃음 지었다.

버스에서는 당신과 함께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그리워했고,

언젠가 또 함께 갈 여행에 설레었다.

틈틈이 당신이 추천해준 노래도 들어봤고

간간히 당신에게 연락을 남겨뒀다.

당신은 내가 틈틈이 빛이 두려워 어둠 속에 파묻힐 때마다

내 어둠에 들어와 나를 끌어 안아주었다.

때론 내가 마음 놓고 울게 해줬고 때론 눈물은 지우고 웃을 수 있게 해줬다.

난 오늘 하루 종일 당신들의 그림자 한 뼘조차 마주치지 못했지만,

나의 일상에 당신들이 깃든 틈새를 잘도 찾아내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잘 보내었다.

 

(), 오늘도 당신들이 있어 다행이다.

 

#1

싹을 틔웠나 보다

삶은 검은 낱말로 몰아치고

필자의 이름을 가진 당신은 독자로

더러는 숨 쉬고 싶을까 봐

더러는 눈 감고 싶을까 봐

 

-그래서 쉼표는

 

#2

나뭇잎 틈 새를 비추는

따스한 태양빛 끌어안고

게으른 선잠에 들게 되면

조금은 행복한 꿈을

당신은 꾸게 될까

 

-요람

 

#3(Main)

온 세상이 삼월 빛 물들어가고

이 곳의 앞에 선 당신이 있어

나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당신이 줄곧 달려왔음을 알아

 

사랑스러운 꽃잎 넌 말이 없어도

네게 사로잡혀 멈춘 발걸음 있어

아무 말도 않을 때 더 많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느낄 수 있음을 그대

 

알게 됐으면

 

-삼월의 침묵

 

#4 

멈추어 있기만 하며 살아가는 삶은 없어

멈추지 않으며 살아갈 뿐인 삶도 없어

 

#5

청춘의 경화수월에 혼을 빼앗겨도

분명 지금 뿐인 때가 있겠지

 

#6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

흙도, 물도, 저 하늘의 빛도

하나라도 부족하면 피지 않아

당신의 꿈도, 희망도,

넘어진 상처도

 

#7

우리는 단지 지나온 길도 여전히 알 수가 없으니까

잠시 네 발걸음 멈춰 세우며 머물러도 좋다 말할 수 밖에

 

#8

삶은 철새와도 같아 나로서는 그 노선을 알 수가 없다

허나 향하고자 하는 당신에게 나는 그저 횃대로 충분하길

 

#9

지나온 어제엔 보다 큰 믿음을

달려갈 내일엔 보다 큰 의지를

그 한가운데의 오늘은 조금은 안온한 밤을 향해

 

#10

앞으로 떠나가게 되어도 다시금 멈춰서게 되어도

그것도 당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줘

 

#11

몇 번을 헤매여도 좋아

빛나는 단 한 순간을 위해

 

#12(Main

당신은 가로 실, 얼마나 풀릴지 몰라

나는 세로 실, 매듭을 짓게 될지 모른데도

제 마음대로일 뿐인 우리가 겹치게 되면

사람을 따스하게 할 면이 될지도 몰라

 

-연

 

#13

숨 돌리는 쉼터에 다다랐다면 네게 묻고 싶어

앞만 보고 달린 그 곳이 어디든 무얼 알게 됐느냐고

 

 

 

#14(Main)

내일 당장 죽어버릴지 몰라

모두 없던 일이 될지도 몰라

그럼에도 이에 따른 주저함이

만개한 오늘의 이유가 됐다면

공백의 의미는 무의미가 아니었으니

그래, 사실은 이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

 

-흰

 

구애,72.7x60.6cm, oil on canvas, 2021

 

어릴 때부터 종종 나는 인간 외의 것이라는 상상에 잠겼습니다. 
정글북의 모글리를 보며 나도 인간 문명 속에 사는 작은 짐승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이요.
 화이트 팽을 보곤 나도 하나의 늑대가 된 것처럼 베개와 이불로 보금자리를 짓고 그 집을 지키고 생활했어요. 
시튼의 동물기,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속 나만의 생태가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종종 인간으로 살기 버겁거나 인간 껍데기를 가진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 동물을 보며 나의 초심, 정신적인 조상을 찾고자 했어요. 

22살의 나는 생물학적으로 ‘인간’ 부류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요. 이 살구색 민둥 피부를 가진 건 인간의 특징이거든요. 그렇지만 정신적인 조상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마음속 이상을 따라가면 나만의 ‘종’을 개척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자연을 사랑하는 ‘나’라는 캐릭터로 자연과 동화되려고 해요. 꾸밈만으로는 자연에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아요. 구애를 위해 나뭇잎과 깃털로 장식하는 수컷마냥 나의 자연 철학으로 자연에 구애합니다. 나를 받아달라고요. 

어색한 회색의 나겠지만 장엄한 색 중에는 회색은 하나쯤은 있을 테지요.
<작가 노트 중에서>

색색의 자연 속에서 회색의 인간성을 가리기 위해 꽃과 깃으로 치장한 후 자연에게 구애하는 하나의 인간을 그렸습니다. 어찌 보면 공허해 보이는 여성의 시선 끝에는 자연이 자리 잡았습니다. 중앙의 새는 식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성과 동일시되는 그림의 아이콘이자 작가의 자연철학을 단편적으로 나타냅니다.

알(하나의 세상), 31.8.x46.8cm, Guashu painting, 2021

흰 깃을 가진 새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니 그 새는 곧 나, 그러니까 나는 흰 작은 새라고 가정한다. 
어느 날 둥지에 큰 알이 생겼다. 글쎄 어디서 어떻게 내 둥지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단단한 알껍데기 때문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 그 알은 곧 나요, 그 알을 품는 건 당연해진다. 
내가 낳았을 리 없는 그 큰 알이 당연히 내 것이 되었고 그것 또한 곧 나였다. 
시간이 지나 알이 갈라졌다. 검은 흑색조가 눈을 뜨고 나를 마주한다.
 이질감과 대면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생을 믿어온 신념일까, 또 다른 나의 자아일까, 출처를 잊은 채 검은 털에 큰 몸집인 털들을 바라본다.
나와 다른 신념이라면 다시금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나의 자아라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작가 노트 중에서>

알은 하나의 세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단단한 껍질은 단절과도 같다. 
낯선 알과의 만남, 곧 일부가 된 알. 
하지만 껍질의 해체로 다른세상 둘이 내면에서 합쳐진다면 이 낯섦을 수용할 수 있는가? 에서 출발한 그림이다. 사람은 확장되는 사회 속에 이질적인 본인 모습이나 신념의 충돌 등을 겪으며
내가 아닌 듯한 낯선 감성을 느끼게 된다.
이 낯선 감각을 본인의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작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鶴, 72.7×60.6cm, 장지에 채색 먹

 

시골에서 태어난 학은 취업을 하기 위해 도시에서 살아가야 했지만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다가 노후가 돼서야 고향으로 이사해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학을 의인화하여 그린 그림이다.
  1. 이솔 2021.03.21 17:47

    와! 유진 작가님 팬이에요 ~~~♡♡ 학 그림이 너무 멋져요

<삽이-정진섭 작가님>

 

안녕하세요, 색을 선물해드리는 일러스트레이터 & 그래픽 디자이너 삽이입니다. 
SAP.I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지역의 모습들을 담아 담백하고 친근하게 선물을 해드리는 소셜 로컬 콘텐츠 브랜드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들을 콘텐츠로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첫 걸음으로 친근한 우리 주변의 모습들부터 선물해드리려 합니다.
더불어 제가 빚어낸 작품 속 모습들로 인해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어 좀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 소망이고 목표이며 그와 함께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만들어 좋은 선한 영향을 낼 수 있게 만들고자 합니다

열고 닫다 / Open and close>, 130.2x100cm, acrylic on canvas

 

열고 닫다 / Open and close>, 130.2x100cm, acrylic on canvas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이며 열쇠 구멍 속 풍경과 함께 자물쇠를 결합해서 그려 우리의 현 상황을 열고 닫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행동으로 풀고 희망을 주고자 만들었다. 두 점을 서로 엇갈리게 디피하면 갈라지는 형태가 되어 디피에 따른 변화를 주고자 했다.

흐르는 시간 속의 우리 / We in flowing time>, 30x30x4cm, acrylic on canvas

세월의 풍파를 못 이겨 낡고 부식되는 사물의 모습들이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어 제작하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면서 서로가 휴식처가 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쉼표 / Comma>, 20x20cm, acrylic on canvas

 

쉼표처럼 우리도 쉬어가는 타임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행진>

안녕하세요.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이행진입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혼자 국내여행을 다닐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고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제가 본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구도의 변경 없이 시선 그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제 사진을 보시면서 그 순간 저의 감정을 느껴 보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피렌체의 황혼기 속 休‘ & ‘休 of twilight in Florence‘ , 29.7 x 42.0cm


‘피렌체의 황혼기 속 休‘ & ‘休 of twilight in Florence‘ , 29.7 x 42.0cm


‘피렌체의 황혼기 속 休‘ & ‘休 of twilight in Florence‘ , 29.7 x 42.0cm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난 노인들의 모습, 휴식은 과연 주체적이어야 하는가. 

피렌체 여행 중 그들이 만들어준 풍경은 나에게 휴식이 되었다. 

나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고 피렌체의 노인들이 만들어준 풍경 속에 내가 배경이 되어 휴식을 취했다.

천장, 42.0 x 59.4cm

숨이 필요해 찾았던 숲이었다.
이날은 잎들도 잎들이지만, 투명하게
물들은 하늘이 참 맑았다.
길게 뻗고 선 나무들 위로 내리는
햇빛에 위안을 얻으며 걷다가 ,
위를 바라봤을 때 비로소 쉬었던 숨의
깊이는 - 이젠 영원으로 남아있는
사진을 통해 다시금 바라볼 때에도
느껴진다.
우리가 수없이 마주해야할 천장은
이러한 모습이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사진을 마주한 당신이, 이렇게 사진
아래 누워 깊은 숨을 쉬면 좋겠다.

창문, 42.0 x 59.4cm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무들이다.
한 데 모여선 이리저리 부대끼며
자유롭게 춤을 춘다.
좁고 낡은 아파트지만, 이 집을 떠날 수
없는 이유 중 작은 하나.
우리집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싱그러운
여름은 당신에게도 하나의 창으로
닿아서 바람과, 소리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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