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이 거울틀을 가져 오고 나서 그동안 제가 버리지 못하고 방치한 물건들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여기저기에 방치한 물건들은 그 동안 나를 관찰하고 내 ‘기억과 감정을 저장’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단지 추억뿐만 아니라 공포나 후회 그리고 기억이나 감정의 ‘왜곡과 착각마저’ 저장하고 그대로 방치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혹시 시시콜콜 한 기억이 종종 떠오릅니까?
자주하는 말버릇이 있습니까?
저는 누군가와 대화하던 도중에도 갑자기 어떤 한 단어에 번뜩! 별 일 아닌 예전 기억을 떠올려 말하곤 합니다.
꽤 잘 기억하는 편이고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물건은 좀 버리라는 말을 들으십니까?
오래된 물건이나 밖에 버려진 물건에 자꾸 시선이 가게 됩니까?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망가지고 유행이 지나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바로 버리지 못 합니다.
물건을 집안 한 구석 어딘가에 두었다가 이따금 만지면 물건과는 상관없는 옛날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듣지 않는 옛날 노래 테이프나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극장표, 이전에 살던 집 열쇠 등을 넣어둔 운동화 박스 하나 정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랫동안 쓰던 물건들처럼 감정이나 예전에 했던 말도 낡고 방치되는 기분이 듭니다.
분명 쓸모없어 진 건 아닌데.
이렇듯 서로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트려 놓고 또 금방이라도 다른 말을 꺼냅니다.




작품 설명
‘감정과 기억의 왜곡, 연속된 현재를 만드는 착각에 대한 이미지’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ANTI ROMANCE’ 작품을 같이 설치하여,
마치 “그 날 하지 못하고 담아 두었던 말”이나 “아차! 싶어 잊고 싶은 말”, “이제야 뜻을 알게 된 어떤 말” 또는 “입가에 맴돌던 단어”처럼, 지금 다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2013)’에서는 오른쪽에 대해 “서쪽을 봤을 때 북쪽의 방향.
책을 넘길 때 짝수 페이지.
숫자 10에서 0의 위치.”라고 정의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어사전에서는 오른-쪽 : 명사. 북쪽을 향했을 때의 동쪽과 같은 쪽. 오른편. 바른쪽. 바른편. 우면(右面). 우방(右方). 우측(右側). 우편(右便). 이라 정의하고 있다.
누구는 “오른쪽을 정의해 보아라.”라고 했을 때 자신의 오른쪽을 쳐다본다.
이처럼 누구나 알고 있을 거 같은‘오른쪽’을 이해하려면 오른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십 개의 단어를 나열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사람들에게 어떤 한 가지를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또는 나와 다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자 나누는 대화의 행위는 사실 많은 단어들을 말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각각의 단어를 검증하며 적절한 비유나 예시를 들어야 할 것이다.
간혹 누군가와 이심전심의 경험이 있다면 단지 우연이거나 자신만의 착각 일 수 있다.
ANTI ROMANCE 작업노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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