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정상적인 흐름이 끊겨버렸던 경험은 


모든 계획을 비틀었고 나의 세상을 멈춰버렸다.


이로 인해 우연한 효과에 집중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유령에 의해 

상처 입는 우리의 몸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몸을 감싸는 부드러운 천이라는 소재에 매료되었고, 

잉크가 천의 살갗에 닿는 순간 퍼져나가는 효과는 정답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나의 행로와 같았다. 


머릿속에 그린 완성된 모습이란 없다. 

오직 내가 집중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물감을 머금은 붓과 물을 머금은 천이다.

 

 

 

-송다현 작가님의 작가노트 중에서-

 

 

 

 


 

[출품 작품]

 

 

 

돌봄, 61x42(cm), 쉬폰 천에 수채화와 자수, 2021.3

 

 

어머니가 떠 주시던 옷을 입고 자란 아버지는

할아버지에 가까워진 지금이 되어서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손길이 어린 소녀였던 나의 손길보다 서툴다.

여자을 한다며 장난을 치는 친구의 말에도 불구하고,

힘 조절이 되지 않아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떠나가는 그가

아름답다.

 

 

 

 


 

 

 

 

정상, 100x115(cm), 스판 천에 수채화와 수채 색연필, 2021.5

 

 

 

현대에서정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삶의 방식이 필수이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삶에는 미래와 과거만 존재할 뿐 현재의 순간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를 상실하고 동시에 잊혀진 몸의 감각은 더욱 빠르게 달려가려는

현대인의 욕심에 결국은 비정상적인 병을 얻게 된다.

그제야 모든 게 멈춰지고 현재가 나타난다.

지금 여기, 몸의 모든 움직임을 감각해본다.

통증이 있는 곳과 없는 곳, 뛰는 심장과 차가워진 발.

머리를 낮추고 나의 몸을 바라본다.

비정상적인 몸과 몸이 섞여정상을 흩트려 놓는 행위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돌아보며

, 그리고 우리를 받아드려 본다.

 

 

 

 


 

 

 

 

 

정상(2), 쉬폰 천에 수채화와 수채 색연필, 2021.7

 

 

 

몸에 대한 응시는 하루 하루 이어져 나갔다.

끝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응시하고 또 응시한다.

같은 방식의 응시였지만 항상 다른 결과를 낳았다.

통증은 다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아픔과 그 아픔을 잊기 위한 육체에 대한 집중은 이어져 나갔고 그 수많은 날들을 잊지 못하고 쌓아갔다.

통증과 응시는 개선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명확해질 것 같지만

쌓으면 쌓을수록 형용하기 어려운 형상이 나타날 뿐,

이 전의 경험들이 희미하게 번져 올라간 이미지는 점점 모호해져 간다.

 

 

 

 


 

 

 

 

 

작은대화, 쉬폰 천에 수채, 54 x 86.5cm, 2021

 

 

 

 

 


 

 

 

 

 

 

투명한 심연, 천에 수채, 잉크, 100 x 90.5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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