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맏이의 노을

 

그 속에 마음 숨겨내고서

 

만월에 불현듯 그대를 그린다

 

 

 

 

잔향이 스쳐와

 

멍에의 흔적 모두 꺼내고

 

모든 손짓으로 다시 한번

 

사랑하리라고

 

날 떠미는 계절은

 

 

 

 

물들이고 젖어드며

 

하늘을 드높이는 이여

 

다가오게 될 순백에

 

숨이 문득 시린데도

 

 

 

 

고개 들고 또 걸어가오

 

당신 나를 꿰뚫는 이여

 

푸른 빛에 얽힌 붉음도

 

빗 물결에 던져주고

 

 

흘러가오

 

 

 

 

 

 

<연분홍>

-

@right_light_rise

 


 

여름의 태양이

 

자줏빛 할퀸 하늘을 넘는 것

 

근거 없는 눈물이

 

흘러 바다를 이루는 것

 

 

 

 

바람이 불어오는

 

상사화 필 무렵의 꿈결처럼

 

그런대로 그것은

 

두서없는 어느 해의 여름과도 같이

 

 

 

 

그 시절 그 모든 것

 

그저 내게로 향할 것만 같아

 

잠시 멈춰서서

 

체온을 나눈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우리 함께 울었던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는 못한

 

그때를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하네

 

 

 

 

 

 

<진보라>

@right_right_rise

 


 

 

푸름을 훔치던 봄의 정취

 

별이 예쁘던 집 앞의 공원

 

꿈이 펼쳐지던 한 칸의 열람실

 

잠 못 이루며 뛰쳐나가던

 

대학로 속의 신축 원룸

 

 

 

 

하오에 이는 물결처럼

 

온화하였을 우리의 뒷모습

 

숨을 들이쉬면 사윌 것만 같이

 

사랑과 아주 닮은, 녹음

 

 

 

 

그것만을 기억하고

 

모든 어휘와 손짓으로 다가서며

 

새까맣게 칠한 밤을 넘길

 

기도하던 마음이 있어

 

 

 

 

그 해의 치맛자락에

 

못 견디게 두 눈이 가까워지면

 

당겨진 시야의 거리만큼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었나

 

 

 

 

 

 

<신록>

-

@right_lihgt_rise

 


 

 

#1

싹을 틔웠나 보다

삶은 검은 낱말로 몰아치고

필자의 이름을 가진 당신은 독자로

더러는 숨 쉬고 싶을까 봐

더러는 눈 감고 싶을까 봐

 

-그래서 쉼표는

 

#2

나뭇잎 틈 새를 비추는

따스한 태양빛 끌어안고

게으른 선잠에 들게 되면

조금은 행복한 꿈을

당신은 꾸게 될까

 

-요람

 

#3(Main)

온 세상이 삼월 빛 물들어가고

이 곳의 앞에 선 당신이 있어

나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당신이 줄곧 달려왔음을 알아

 

사랑스러운 꽃잎 넌 말이 없어도

네게 사로잡혀 멈춘 발걸음 있어

아무 말도 않을 때 더 많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느낄 수 있음을 그대

 

알게 됐으면

 

-삼월의 침묵

 

#4 

멈추어 있기만 하며 살아가는 삶은 없어

멈추지 않으며 살아갈 뿐인 삶도 없어

 

#5

청춘의 경화수월에 혼을 빼앗겨도

분명 지금 뿐인 때가 있겠지

 

#6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

흙도, 물도, 저 하늘의 빛도

하나라도 부족하면 피지 않아

당신의 꿈도, 희망도,

넘어진 상처도

 

#7

우리는 단지 지나온 길도 여전히 알 수가 없으니까

잠시 네 발걸음 멈춰 세우며 머물러도 좋다 말할 수 밖에

 

#8

삶은 철새와도 같아 나로서는 그 노선을 알 수가 없다

허나 향하고자 하는 당신에게 나는 그저 횃대로 충분하길

 

#9

지나온 어제엔 보다 큰 믿음을

달려갈 내일엔 보다 큰 의지를

그 한가운데의 오늘은 조금은 안온한 밤을 향해

 

#10

앞으로 떠나가게 되어도 다시금 멈춰서게 되어도

그것도 당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줘

 

#11

몇 번을 헤매여도 좋아

빛나는 단 한 순간을 위해

 

#12(Main

당신은 가로 실, 얼마나 풀릴지 몰라

나는 세로 실, 매듭을 짓게 될지 모른데도

제 마음대로일 뿐인 우리가 겹치게 되면

사람을 따스하게 할 면이 될지도 몰라

 

-연

 

#13

숨 돌리는 쉼터에 다다랐다면 네게 묻고 싶어

앞만 보고 달린 그 곳이 어디든 무얼 알게 됐느냐고

 

 

 

#14(Main)

내일 당장 죽어버릴지 몰라

모두 없던 일이 될지도 몰라

그럼에도 이에 따른 주저함이

만개한 오늘의 이유가 됐다면

공백의 의미는 무의미가 아니었으니

그래, 사실은 이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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