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원인모를 이유로 가위눌림과 악몽을 자주 꾸었다. 그리고 악몽에 나온 괴물을 주로 그리곤 하였다. 파워레인저 같은 아동용 방송을 보더라도 주인공이 아닌 악당들을 동정하였으며 악당을 응원하였다. 그로 인해 마음속에는 항상 악당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악일텐데 왜 악당만 항상 패배하는지 그리고 미움받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청소년기를 거치며 악함이라는 개념에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럴수록 더욱 많은 의문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가령 악은 어디에서 왔는가? 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째서 일부 악인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가? 이후 악의 문제, 신의 역설, 성악설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낙원>과 <파우스트> 같은 서사시나 사드 후작의 소설, <베르세르크> 같이 어두우면서도 선악에 대하여 이야기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의 의문들은 해소가 되었지만 그러한 답변들이 단절되어진 채로 명료한 답안을 도출해주지는 못하였다. 아직 해소되지 못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찾아보고 인간의 구원과 운명론적 서사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내 작품의 주된 흐름이다. 그렇기에 지금껏 접해온 이론이나 책들의 내용에 내 견해를 덧붙여 매끄럽게 다듬은 나만의 세계관을 확립하여 그리거나 악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그림을 화폭에 담아낸다.
나의 그림들은 어느 미술사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특정 지을 수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세필을 사용하여 먹선만으로 세밀한 형태와 명암을 드러내는 방식이기에 일본만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그림체나 연출이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질적이면서도 특이한 연출을 보여준다. 기존 미술품들이 주로 관객에게 아름답거나 미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도록 유혈, 성적, 민감한 주제를 거리낌 없이 그리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의 잔혹성들 잘 보여주고 불쾌감이 드는 장소인 도축장에서 얻은 가축의 혈액과 먹을 주재료로 삼아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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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질 수 없는 픽셀 사이를 끝없이 어슬렁거린다. 미디어의 빠른 호흡과 편집, 조작, 배포 과정은 인간의 사유방식을 재구성했다.
단편적인 부분만을 기억하는 것, 빠르게 스킵하려는 것, 쉽게 정리된 줄거리만을 포착하는 것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것은 뒤죽박죽, 탈맥락, 흐릿함으로 형용되는데,
많은 경우 미디어의 이미지들은 어떤 목적이나 필요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로 알고리즘 세계를 표류한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단속적인 파노라마를 증식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출처가 불분명한 이미지는 일상의 모습과 닮은 듯 보이지만 오버스럽고 우스꽝스럽다.
의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순간, 정갈한 질서 속에서 발견되는 한 뜻의 흐트러짐은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림과 영상에서 이미지는 여러 개의 작은 화면으로 분산되어 나타나기도, 혹은 하나의 큰 화면에서 만나 새로운 서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미지를 포착하는 시선은 하나의 대상이나 상황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일관성이 결여된 듯 보이지만 이미지는 결국 하나의 긴 파노라마에서 끊어지고 이어지길 반복한 결과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비물질로 표류하고 있던 이미지는 현실과 비현실의 색채, 뭉그러지고 늘어난 형태의 조화로 화면에 안착한다.
무리 수적으로 나열된 이미지들은 서로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
<Game Set> (2022) 시리즈는 작가가 설계한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레벨의 모습이다.
게임을 제작할 때 플레이하게 되는 공간을 만드는 레벨 디자인은 게임 몰입도를 결정한다.
레벨 안의 무수히 많은 조명들과 표식 이미지 등은 플레이어가 향할 곳을
은근하게 암시하며, 게임의 완성도와 흥미를 높인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여 레벨을 구성하고,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형식으로 설계해 플레이어를 극한의 가상세계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현실세계의 모방으로서의 가상세계가 아닌 온전한 가상세계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매스미디어, 게임, 가상현실 그리고 세 가지 키워드를 연결하는
시각언어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면서 다양한 매체로 이를 정리해 나가는 시도를 한다.
<Gongginori>(2022)는 게임 튜토리얼을 영상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게임 종목은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공기다.
작가는 짧은 게임 소개와 게임 방법, 게임 오버 이슈 등을 텍스트로 설명하면서도,
이미지를 통해 시공간의 연속성을 배제하고 있다.
시공간의 흐름을 벗어난 영상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형식과 같다.
디지털 형식들이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무의식 영역에까지 침투한 것은
특정 행위를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영상에서는 AI 캐릭터들이 반복적으로 하나의 춤을 추는 행위로 이를 대신한다.
한편, 오래전부터 해오던 놀이를 새로운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시각언어의 역할을 고찰한다.
매스미디어와 함께 게임은 작가에게 주요 키워드다.
현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들, 가령 면허가 없는 아이들이 운전을 하고, 총으로 사람을 쏴 죽이는 것이
게임에서는 가능하며 플레이어도 이를 수용한다.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면대면(face-toface)에서 화면 대화면(screen-to-screen)으로 게임의 방식 또한 변화했다.
상대와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원격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거나,
AI와 겨룸으로써 역할 극적 놀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플레이어는 가상세계의 규칙을 따르는 한편, 게임은 의도적으로 행동반경과 시간을 제약하고 환경을 어렵지만 극복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