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계획했던 전시회가 드디어 끝났다.

 

지금까지 수기를 쓰면서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던 적이 없는데,

 

이번 편은 이상하게 그러하다.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요상하게 떨리고 두근거린다.

 

그리고 허탈했다.


크리스마스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수백번 상상했던 것들이 이제 실행되는구나하며

 

신나서 공고도 올리고 작가들의 지원서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꺼내 열어보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구글 드라이브에 들어가 

 

지원서 파일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mlm프로젝트에 푹 빠져있었다.

 

우리 손으로 0에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우리 소중한 작가님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쥐어짜가며 만들었던 회의자료

 

아이디어 회의

 

대관장소 발품팔기

 

계약사항 알아보기

 

작품들 일정관리

 

수기 작성

 

홍보 등등..

 

처음에 생각했던 귀엽고 소박한 전시회 구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손대면 손댈수록 규모는 커져만 갔다.

 

그러다보니 체력적, 정신적인 한계가 찾아왔다.

 

내가 이걸 과연 진행할 수 있을까?

(첫 기획 전시인데 작가님들이 무려 17명이였으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말할 수 없는 여러 애로사항들까지도 우리를 힘들게했다.

 

힘들었다고 알아주세요! 하며 찡얼찡얼댈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힘듦이 우리의 성장에 귀한 자양분이 됐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전시회 대관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는데,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젊은 패기 뿐이었다.

 

기록도 없고 연혁도 없고, 어린 남정네 둘이 돌아다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장님들도 얘네 뭐야..? 했을 것 같다 ..ㅎㅎ

 

손님이 몇 명 정도 오실 것 같냐는 어느 사장님의 말에

 

한 200명은 올 것 같습니다! 하며 호기롭게 대답했던 내가 생각난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건우가 자신있냐며 덜덜 떨던 것도 생각난다.

 

일단 지르고 보자라는 마인드로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안되면 코로나 핑계라도 돼야겠다라는 나쁜 생각도 했다..ㅎ


정말 정말 놀라웠던 것은 과거의 우리에게 꿈같던 200명이라는 숫자가

 

이번 전시에서 실현됐다는 점이다.

 

 

 

 

이 숫자는 우리가 이뤘다기보다는 작가님들이 이뤘다고 보아야한다.

 

갤러리지에이 귀퉁이에서 작가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르르 사람이 몰리더니 자리가 부족해 의자를 새로 꺼내오기도 했다고 들었다.

 

사람이 가득 찬 갤러리를 보니, 절로 신이 났다.

 

정말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전시회는 기획자보다 작가들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주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누가 좀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3일 동안 평생 들을까말까한 극찬들을 많이 받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우쭐하기도 하고, 이정도의 일을 내가 한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안경쓴 잘생긴 남성분이 기획자가 궁금하다고 나를 찾아왔었다.

 

이것 저것 취지도 설명하고 미래 계획들을 말씀드렸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하나하나 너무 감사하다.

 

또 다른 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미술관에서 본 전시보다 더 훌륭했다는 평을 남겨주셨다.

 

이런 사소한 문장들에서 위안을 얻고 확신을 얻는다.


전시회 3일동안 상주하시는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렸을 때 부터 말하는 거 하나는 자신있었기 때문에 별 긴장도 안하고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가님 말에도 집중해야하고, 카메라 앵글은 괜찮은지, 마이크 소리는 잘 들어가는지 곁눈질으로 계속 확인하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편집할 때 제대로 확인할텐데 

 

아마 많이 이불킥할 것 같다..


전시회가 끝나면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둘 다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ㅠ

 

막상 끝나보니 할 게 더 많아졌다..ㅎㅎ

 

유튜브 편집도 해야하고, 작품들 철수도 해야하고, 다음 스케줄 준비도 해야하고!

 

근데도 행복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다.

 

기분 좋은 힘듦이다.

 

mlm프로젝트의 첫 정기 전시가 마무리됐습니다. 방구석에 숨어있는 청년예술가들을 발견해보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전시지만, 때론 현실에 부딫히기도하고 나 스스로가 지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연혁도 없고, 기록도 없던 mlm프로젝트를 예쁘게 채워준건 순수하고 열정가득한 작가님들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저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편견없이 믿고 작품을 걸어준 작가님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전시를 진행하며 때론 과분한 칭찬과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대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1회 2회를 거쳐 100회까지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mlm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시회에 찾아주신 200여분들 너무 감사하고, 부족한 기획 실력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갤러리지에이에도 감사을 표합니다. 앞으로 계속될 mlm프로젝트의 다양한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빠른 시일내로 mlm프로젝트의 다음 발자국도 여러분들께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lm프로젝트 팀 고민석, 심건우 올림

 

전시가 끝나고 모든 작품이 내려간 갤러리에서 쓴 글이다.

 

작가님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씁쓸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텅빈 객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사히 잘 끝내서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 이상한 아쉬움과 서운함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정기전시를 진행할 것이다.

 

다음 전시는 6월에 공고를 내고, 9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시는 작가님들이 많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으니

 

이번 전시를 발판삼아 더더욱 비상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만날 청년 작가들을 생각하면 설레고 기대된다.

 


끝으로 우리 전시회에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우리 친구들, 가족들, 같이 고생해준 작가분들, 미숙한 우리들 잘 챙겨주신 갤러리지에이 사장님까지

 

어디 하나 버릴 인연이 없다.

 

모두들 잘돼서 정상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mlm프로젝트에 대한 미래 계획들, 계속 있을 우리 이야기들을 수기 형식으로 남길 생각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변변치 않은 글을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

 

 

https://reviewgo.tistory.com/48

 

2-1. mlm프로젝트_愛의 시작

1차 전시였던 休를 마치고, 쉴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정기적인 시험의 존재와 누구나 바라보는 목표를 가지고 살았던 학생 때는 굳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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